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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혼돈의 외래어표기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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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오후 8시 느닷없이 편집국이 술렁였다. 세상에나, 노벨문학상이라니! 그것도 한강이라니! 황석영도 아니고 김혜순도 아니고 젊은 한강이었다. 여운은 오래 갔다.

평화상에 이어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 다론 아제모을루? 저서 목록을 보니 한국경제신문에서 그동안 대런 애스모글루로 써온 미국 MIT 교수였다. 완전히 다른 사람 아닌가. 국립국어원 외래어심의위원회는 어려운 문제를 던졌다.

다시 엿새 뒤 하마스 수장 신와르가 사망했다. 통신사를 타고 들어온 이름이 혼란을 줬다. 야히야 신와르. 한경 표기는 야히아 신와르. 뭐가 맞는 것일까. 신문들은 이 팔레스타인 사람 이름(Yahya Sinwar)을 야히아, 야히야, 야흐야 등으로 적었다.
늑장 사정이 혼란 부채질
외래어 표기가 혼란의 도가니다. 특히 외국 사람 이름이 그렇다. 혼란의 원인은 ‘인명, 지명은 현지 발음으로 적는다’는 외래어표기법 규정이다. 이 규정에 따라 표기 일람표에 없는 핀란드어, 아랍어, 스와힐리어까지 정확히 적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그러나 한글로 지구촌 모든 언어를 온전히 옮겨 적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 정음 창제 당시 자모 여린히읗(ㆆ), 반치음(ㅿ), 아래아(ㆍ), 옛이응(ㆁ)이 사라져 더더욱 쉽지 않다. 야히아, 야히야, 야흐야가 괜한 결과가 아니다.

‘현지 발음’이라는 족쇄는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인명은 챙겨야 할 사항이 많다. 국적이 어딘지, 이민자인지, 그리고 자기 이름을 어찌 쓰는지 등. 아제모을루는 튀르키예 국적을 고려했다고 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베저스로 썼으나 본인이 베이조스로 불러달라고 했다. 이민자는 성만 모국 언어로 쓸 때도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黃)이 대표적이다.

그러니 생뚱맞은 외국인 이름이 등장하면 이런 사항을 찾고 검토하느라 골머리를 쓴다. 외래어심의위가 표기를 정했다고 해도 일반인 수용도는 극히 낮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영원한 ‘따거’ 주윤발(저우룬파)은 말할 것도 없다. 대중에겐 디카프리오, 주윤발이 머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심의위의 ‘뒷북 사정(査正)’은 혼란을 부채질한다.
심의위 독립기구 상설화해야
대체 외래어표기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악센트와 억양을 동반하지 않은 디캐프리오를 현지인이 알아듣기나 할까. 경상도에서 ‘살(쌀)밥’이라고 한다고 ‘살밥’으로 적지는 않는다. 100%가 아니더라도 98% 발음이면 충분하다. 외래어 표기는 한국인을 위한 것일 뿐이니.

혼란을 잠재울 키는 외래어심의위가 갖고 있다. 빠른 모니터링과 심의, 전파가 유일한 방책이다. 이를 위해선 심의위를 독립기구로 상설화하는 게 필수다. 정기 회의조차 없는 조직과 운영 체제로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언론계마저 심의위 구성에서 빠졌다. 정부가 전적으로 외래어 표기를 책임질 요량이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나.

정치권도 힘 좀 쓰라. 잔칫상에 숟가락 얹을 궁리만 하지 말고. 일을 하려면 돈과 사람이 필요하니 말이다. 올해 노벨문학상 주인공은 한글로 쓴 ‘시적 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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