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기업들의 북미, 유럽 등 해외 진출에서 ‘해외 인증’ 취득은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을 비롯해 원자력 및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은 자국민의 안전·보건·환경보호 등을 위해 인증 제품에 한해 수출입을 허가하는 인증제도를 운영한다.
문제는 국가별 기술 및 품질 표준, 기술규정, 적합성 평가, 검사 제도 등이 다르고 각종 국제적 기준과 규제를 충족하기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글로벌 안전관리 전문기관인 아파브그룹은 기업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150년 역사의 아파브그룹은 에펠탑 건립부터 올해 파리 올림픽의 성화대 열기구에 대한 안전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주요 이벤트와 함께 해왔다. 지난해 6월 미국선급협회(ABS) 자회사인 ABS컨설팅의 글로벌 검사사업부(TIV)를 인수하며 한국지사인 ‘아파브코리아’를 출범시켰다.
아파브코리아는 대다수 국가의 공인검사기관이자 인증기관으로서 다양한 산업의 공급망에서 수출 대상국이 요구하는 기술적 적합성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필립 마야 아파브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지사의 역할과 비전, 비즈니스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파브코리아의 역할과 비전은.
“원자력, 전기차, 수소에너지 등 새로운 기술에는 리스크가 따르며 초기 기술개발 및 상용화 단계에서는 이에 대한 안전 및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산업, 생태, 에너지, 디지털전환에 따른 각종 위험을 예측,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파브그룹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아파브코리아의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은 미국기계학회의 기술 기준인 ASME 공인검사다.
ASME 인증은 전통적인 화공 및 원자력 분야뿐 아니라 미국에서 건설되는 수소, 배터리, 반도체 플랜트 등에도 동일하게 요구된다. 아파브코리아는 160여 개 국내 제작사에 기술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1위 공인검사 기관으로 현재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업무인 인증·안전관리·위험성평가는 어떤 업무인가.
“한국에서 제품 안정성을 보장하는 KC 인증이 있는 것처럼 유럽은 CE 인증, 미국은 NRTL·ASME 인증 등 국가별 또는 지역별로 요구되는 기술 기준이 있다. 개별 제품뿐 아니라 일반 건축물, 플랜트, 발전소 등 자산에 대해서도 준수해야 할 요구사항이 있고, 이를 운영하는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기업들이 특정 국가에 제품 또는 서비스를 수출하려면 아파브 등 검사 및 인증 기관을 통해 적합성 평가를 받고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가장 수요가 많은 분야는.
“아파브그룹의 글로벌 매출 중 3분의 2는 인증 검사가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이 여러 국가로 수출되고 있는 시장의 규모가 가장 크고, 국가 규제 사항이므로 인증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안전 규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안전과 리스크 관리 기준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추세인만큼 향후 안전관리나 위험성평가 분야의 수요도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주요 성과와 한국 기업 관련 프로젝트는.
“한국지사는 올해 약 9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목표 대비 14% 이상의 성장률이며 프랑스를 비롯한 아파브그룹 내 여러 국가와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 기업과는 전기차 공급망에 대한 유럽 인증 지원 및 현대차·현대모비스 리스크 평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미국 ASME 인증 지원, 수소 저장 용기에 대한 ASME 인증, SK 액화플랜트 및 충전 설비 등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포함한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초기 단계인 수소 분야 대응은.
“한국에서는 수소 저장 용기에 대한 ASME 인증, 액화수소 플랜트 및 수소 충전소에 대한 위험성 평가, 현대차에 대한 안전 자문 등 20여 개 가까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인도와 중동에서는 수소 분야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으며 더 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대규모 전해조 생산과 같은 기술적 문제와 규제에 대한 문제 등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안전 규제 관련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 규제 관련 사업은.
“CBAM 본격 시행에 따라 2026년부터는 한국에서 제작된 제품을 EU로 수출할 떼 탄소배출량에 대한 검증 및 인증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아파브 프랑스는 연간 800건의 검증 업무를 수행하는 EU-ETS 검증기관으로, CBAM에 대해 기술 지원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자력 산업에 대한 아파브그룹의 역할은.
“아파브그룹은 원자력 분야에서 500명 이상의 엔지니어 및 검사원이 설계 검토, 기자재 제작 검사, 가동중검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랑스 전력공사(EDF)에 공급되는 기자재는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생산되는데 이때 해당 국가의 아파브 검사원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한국지사도 한국 원자력 기술 기준인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공인검사기관으로 프랑스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의 비즈니스 관계를 평가한다면.
“한국과 프랑스는 다양한 시장에서 경쟁과 협업을 펼치는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다. 원자력 등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산업에서도 양국이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프랑스에 건설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의 생산 설비 대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아파브 프랑스와 한국지사가 같이 팀을 이뤄 한국 내 제작 설비의 유럽 인증 및 적합성 평가를 진행하고 프랑스 내 최종 설치 단계에서의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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