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명품 1인자에서 연간 1조원의 적자를 내는 회사로 추락한 파페치가 쿠팡의 손에서 살아나고 있다. 올해 초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해 인수를 완료한 이후 수익성 개선에만 집중한 결과다.
6일(한국시간)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3분기 매출은 10조6900억원(78억6600만달러·분기 평균환율 1359.02)으로 전년 동기(8조1028억원·61억8355만달러) 대비 32% 늘어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 경신했다.
쿠팡의 고객은 2250만명으로 전년 대비 11% 올랐다. 파페치 매출(5966억원·4억3900만달러)을 제외한 쿠팡 매출은 10조934억원(74억27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특히, 이날 월가의 관심은 만년 적자기업으로 통한 파페치의 손실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여부에 쏠렸다.
대만·쿠팡이츠·파페치·쿠팡플레이 등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s) 부문의 3분기 매출은 1조3250억원(9억75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356% 성장했다. 이 가운데 성장사업의 조정 에비타 손실은 1억2700만달러(1725억원)로, 전년 동기 1억6082만달러(2107억원)와 비교해 달러 기준 21% 가량 줄어들었다.
원동력은 파페치의 손실 감축이었다. 파페치의 조정 에비타 손실은 지난 2분기 424억원(3100만달러) 대비 이번 분기 27억원(200만달러)으로 크게 감소했다.
거랍 아난드 쿠팡 CFO는 “또 계획보다 일찍 파페치에서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익성을 달성했다”고 했다. 당초 쿠팡은 연말까지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복안이었다. 파페치의 순손실 규모도 지난 1분기 1억1300만달러에서 이번 분기 4400만달러로 61%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흑자전환 가능성을 코앞에 두게 됐다.
파페치는 전 세계 1400개 명품 브랜드를 미국, 영국 등 1490개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글로벌 명품 기업으로, 쿠팡이 올 초 인수를 완료했다.
당시 쿠팡 결정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제3자 온라인 명품 사업 한계 △과도한 사업 확장 △파페치 창업자 네베스의 독단적 결정 등으로 한계에 부딪힌 회사를 무리해서 인수한다면 본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이유였다. 글로벌 유통업계에서는 “정상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파페치의 명품 소비 활성 고객은 과거 약 400만명에 달했지만 지속된 손실 가중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은 2021년 230억달러(약 30조원)에서 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으로) 추락했다. 전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가 완화되기 시작한 이후 투자자들은 수익성 없는 기술 기업,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고 주가는 빠르게 내려앉으며 1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파페치의 영업적자는 2022년 1조1680억원(8억4716만달러), 2023년 상반기 5600억원(4억643만달러)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파페치 인수 직후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파페치의 매출 규모는 지난 2분기 4억6000만달러에서 이번 분기 4억3900만달러(5966억원)으로 줄었들었지만 손실폭을 크게 줄어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인수 1년도 안 된 회사를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돌려놨다는 점에서 쿠팡의 명품 온라인 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쿠팡의 3분기 영업이익은 1481억원(1억900만달러)으로, 전년 1146억원(8748만달러)과 비교해 29% 늘어났다. 다만 쿠팡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38%로, 전년(1.41%) 대비 수익성 지표가 소폭 하락했다. 쿠팡의 당기순이익은 869억원(6400만달러)으로 전년 1196억원(9130만달러) 대비 27% 감소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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