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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124' 우등생에 언어치료 108회…3년새 실손 지급액 2조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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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A씨는 무릎 관절염 통증이 심해져 서울 강남의 B정형외과를 찾았다. 관절 연골이 심하게 손상돼 있었지만, 의사는 수술이 아니라 주로 경증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시술인 줄기세포 무릎 주사를 권했다. 시술 비용은 1400만원에 달했다. 의사는 “실손보험을 청구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줄기세포 시술을 받을 필요가 없는 관절염 환자들에게까지 고액의 치료를 권하는 병원이 넘쳐난다”고 꼬집었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과잉의료의 근원’으로 전락했다. 실손보험의 비급여 항목을 둘러싼 일부 의사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서다. 이런 과잉 의료 행위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보험사의 적자 규모를 키운다. 보험사들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보험료를 계속 높여 선량한 가입자의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고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상품 구조와 비급여 관리 체계를 대폭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줄줄 새는 비급여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5대 손보사의 실손보험금 전체 지급액은 2020년 7조696억원에서 지난해 9조187억원으로 27.6% 증가했다. 전체적인 보험금 지급 규모가 늘어난 가운데 비급여 항목의 증가폭이 특히 컸다.

5대 손보사의 9대 비급여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2020년 2조62억원에서 지난해 2조9422억원으로 46.7% 늘었다. 3년간 연평균 13.6%씩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9대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은 1조60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이다. 급여 의료비의 본인 부담금과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를 대상으로 한다. △물리치료 △비급여 주사제 △발달 지연 △재판매 가능 치료재료 △하이푸 시술 △하지정맥류 △비밸브 재건술 △전립선결찰술 △척추 관련 수술 등이 9대 비급여 항목으로 꼽힌다.

비급여 중에선 보험금 증가율이 연평균 두 자릿수에 달하는 항목도 있었다. 발달 지연(55.2%), 전립선결찰술(50.1%), 비급여 주사제(28.2%) 등이다. 보험금이 이토록 빠르게 늘어나는 건 치료 목적 외 시술이 무분별하게 이뤄져서다. 영양제·비타민제 등을 피로 해소, 미용 등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한 후 ‘치료’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발달 지연 관련 보험금은 2020년 434억원에서 지난해 1623억원으로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28년에는 발달 지연 항목 하나에서만 보험금이 1조6872억원 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과잉 진료가 팽배하다는 게 보험업계 분석이다.

서울 강동구의 C재활의학과는 지능지수(IQ)가 124로 우수하고 언어발달 역시 정상인 2018년생 어린이에게 ‘상황에 맞는 의도를 파악해 자기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화용 언어가 부족하다’는 소견을 냈다. 이 병원은 2022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08회 언어치료를 했고, 보험사는 1250만원의 실손보험금을 지급했다.
실손보험료 이어 건보료 인상
‘실손 빼먹기’로 인한 실손보험 적자는 결국 보험료를 끌어올려 전체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손보험료의 누적 상승률은 60%에 달하지만 좀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체 실손보험 적자만 2조원에 육박한다. 향후 4년간 보험금 증가분만큼 보험료를 높이고 실손보험 손해율을 100%로 낮춘다고 가정하면 보험료가 최대 두 배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의 가장 큰 문제로 비급여 관리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을 꼽는다. 비급여 의료는 보건당국으로부터 진료 대상, 진료량, 진료 수가 등을 관리받는 급여 의료와 달리 별도의 관리 체계가 없다. 이렇다 보니 의료기관이 가격을 임의로 설정하고 진료 횟수와 양을 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실손보험금 누수는 건보 재정 악화와 건보료 인상으로도 이어진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가 결합한 ‘혼합진료’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비급여로 수익을 내기 용이한 진료과 개원이 급증하는 것도 실손보험 문제와 직결돼 있다.

서형교/조미현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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