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폐업한 위드라이프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업계 30위권 상조회사 위드라이프는 폐업을 신고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4일 최종 폐업 처리됐다. 위드라이프는 “회사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경영난을 견뎌내지 못했다”고 고객들에게 안내했다.이 회사가 회원들로부터 받은 상조상품 선수금은 지난 3월 기준 371억6000만원 규모다. 이 중 50%는 상조보증공제조합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금액은 회수가 불가능하다.
회원 손모 씨는 올초 위드라이프 경영이 악화했다는 소문을 듣고 해약을 문의했다. 그는 “지난달 31일까지 원금을 돌려주겠다는 확인서를 받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고, 송파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고 했다.
해약금 미지급 관련 민원을 접수한 서울시도 지난 8월 위드라이프에 한 차례 과태료 처분을 했다. 민생사법경찰국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비상조 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단 한푼도 돌려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원한다면 나중에 상조 상품으로 전환도 가능하다’며 크루즈여행 상품과 자녀 해외 어학연수 패키지를 팔았는데, 이런 비상조 선수금은 12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공정위가 2022년 비상조 상품도 선수금 적립 의무(50%)를 신설했지만 소급 적용이 안 돼 피해가 커졌다.
무리한 사업 확대에 경영 악화
위드라이프의 경영 악화에는 코로나19 이후 개인 네트워크 판매에서 단체 영업으로 경영방침을 전환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를 감사한 회계사는 “단체 영업을 강화하면서 기존 개인 대상 판매원들이 회원과 함께 옮겨갔고, 그 결과 2022년부터 경영 상황이 급속히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전 직원 김모 씨는 “2020년부터 냉장고와 화장품, 와상환자용 배설돌봄로봇(비데)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재고가 쌓이며 회사 경영이 더 나빠졌다”고 전했다.위드라이프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환급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은 44%로, 업계 평균인 97%에 크게 못 미쳐 폐업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조회사는 ‘선수금 50% 예치’ 외엔 별다른 자금 운용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아 위드라이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회사는 지급여력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와 부실금융회사 지정 사유가 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관할인 상조회사엔 이런 조치가 없다”고 했다.
상조업계에 회원을 끌기 위한 여행, 전자제품 등의 비상조 상품 끼워팔기가 일반화해 고객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 8월까지 상조회사 여덟 곳이 폐업하면서 281억원의 미지급액이 발생했다. 3월 기준 상조회사 78곳의 선수금은 9조4087억원에 달한다. 상위권 저축은행 수준의 자산이 ‘그림자 금융’처럼 규제 사각지대에서 운용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조회사에 대해 은행 수준의 회계 및 건전성 규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십 년간 납부하는 고객 자금이 불투명하게 운용된다는 게 상조회사 문제의 핵심”이라며 “운용 현황을 정기 공시하는 등 은행 수준의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