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5일 내년 수도권 3만가구 추가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추가 해제 지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서초구 서리풀지구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역시 이미 훼손된 상태로 보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신규 공공택지 개발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 발표 이후 "내년 상반기 발표하는 신규 택지 3만가구 중 서울 지역 그린벨트가 더 포함되냐"는 질문에 "내년에 추가 공급하는 후보지에 서울시는 없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자연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원칙으로 삼고 있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철학이 이번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이날 발표에서 "(그린벨트 보존에 대한) 제 의지가 이번에 표명된 걸로 생각된다"며 "정말 (해제를) 최소화했으면 좋겠다는게 서울시의 원칙이지만 이번만큼 그 원칙을 훼손한 만큼 앞으로 풀리는 지역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오랜 시간 견지해 온 그린벨트 해제라는 결단을 내리며 대국민 설득이 가능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린벨트 해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오 시장이 언급한 대국민 명분은 '공공성'으로 확인된다. 이날 발표에서 서울시가 서리풀지구 2만가구 가운데 1만1000가구를 미리 내 집(장기전세주택Ⅱ)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해제된 그린벨트 역시 공공주택 중심으로 개발해 토지 이용 효율성과 공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주거지 제공과 자연환경 보존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최소화했지만 불가피하게 해야한다면 주택가격 상승을 막고 저출생 문제 해결을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8월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서울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활용해 올해 5만가구, 내년엔 3만가구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후속조치인 이날 발표에선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우면동, 원지동 등 2만가구, 221만㎡)를 비롯해 경기 고양대곡 역세권(내곡동, 화정동 등 9000가구, 199만㎡) , 경기 의왕 오전왕곡(오전동, 왕곡동 등 1만4000가구, 187만㎡), 경기 의정부 용현(신곡동, 용현동 등 7000가구, 81만㎡) 등 4곳이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선정됐다.
서울시가 추가 그린벨트 해제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면서 앞서 해제 후보지로 거론됐던 지역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를 검토하기 위해 서초구 내곡·방배동 등과 강남구 개포·자곡·세곡·수서동 등 79개 법정동 125㎢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각각 지정했었다. 서울시가 내년 추가 후보지 선정을 하지 않는 만큼 당장 이 지역 내 토지거래가 가능해진다.
일각에선 내년 신규택지 후보지에서 서울시가 제외되면서 향후 정부의 공급대책에 힘이 빠질거란 우려도 들린다. 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큰 서울이 빠지질 경우 서울 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시장 과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