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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제가 나오면 망한다고…'죽어라' 악플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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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판사' 김재영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악성댓글과 비판에도 "속상했다"면서도 담담하게, 그리고 웃으면서 반응하는 모습에서 단단한 내면이 엿보였다.

김재영은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종영 인터뷰에서 "제가 나오면 '망한다'는 말이 저에겐 큰 상처였고, 트라우마였다"며 "그런데 이번엔 작품 시청률도 좋았고, 반응도 나쁘지 않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 분)가 지옥 같은 현실에서 인간적인 열혈형사 한다온(김재영 분)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선악공존 사이다 액션 판타지 드라마다. 8회 13.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 최고시청률을 달성했으며, 마지막 회인 14회에서 11.9%로 종영했다.

김재영은 극 중 노봉경찰서 강력 2팀 형사 한다온 역으로 열연했다. 한다온은 극 중심을 관통하는 연쇄살인마 J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 범인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분노와 법의 심판대에 세워 처벌받게 하고자 하는 공정성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물이다. 김재영은 한다온의 상처뿐만 아니라, 형사로서의 정의감과 강빛나와 달콤살벌 케미는 물론, 애틋 멜로까지 그려내 호평을 끌어냈다.

김재영은 "주연으로 시청률이 이렇게 잘 나온 게 처음이다"며 "'빛봤다'는 말도 나오는 거 같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작품을 할 때마다 반응을 찾아보는데, 이번엔 '죽어라'라는 반응이 많았다"며 "그래도 칭찬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어 "실제 성격은 많이 밝다"면서 "앞으로 이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과 포부도 드러냈다.

▲ 좋은 반응으로 마무리됐다.

주연으로 시청률이 이렇게 잘 나온 게 처음이다. '빛봤다'는 말도 나오는 거 같다. 제가 댓글도 많이 보는데 이전에 '저 친구 나오면 망하는데' 이런 말이 있었다. 그게 트라우마였다. 안 되면 내 탓 같았는데, 시청률이 잘 나와서 좋았다.

▲ 시청률이 왜 잘 나왔다고 생각하나.

자극적인 부분이 있어서 걱정되고, 판타지나 이런 부분이 이름이 어려워 이해가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현실의 사건을 보여주면서 사이다 복수해서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주신 거 같다.

▲ 판타지가 장벽이라는 반응이 있긴 했다.

저도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그 부분이 어렵게 느껴졌다. 이 작품이 재밌고, 잘될 거 같았지만, 그때 당시 지옥에 대한 드라마도 나와서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 그래서 저도 '잘 넘어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현실적인 부분이 잘 반영된 거 같다. 유스티티아 같은 이름도 처음엔 입에 잘 안 붙었는데, 찾아보니 실제로 있는 이름이더라.

▲ 그런데 한다온은 악마를 잘 믿더라.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게, 이 사람이 악마인 것도 알고, 사람을 죽였다는 추측으로 쫓아다니는 거다. 그 부분이 인정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판타지 드라마를 보면 그런 부분이 있지만 확실히 보여주는 게 없지 않나. 우리도 감내하고 가는 부분이 있었다. 악마라는 걸 눈치챘지만 그래서 코믹하게 가려고 한 거 같다.

▲ 한다온은 악마인 걸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다.

이게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라 '빨리 사랑에 붙나' 이런 생각만 했다. 다만 촬영하고, 대본이 수정되면서 중요한 포인트인 '지옥에서 온 판사'를 속이 시원하게 보여주는 것에 맞춰 흘러갔고, 저도 그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유스티티아의 장애물이 한다온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저도 봤다. 저만 나오면 '빨리 죽어라'라는 실시간 댓글이 달리더라. 한다온은 형사적 신념이 강해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는데, 후에 동료가 되니 같은 방향을 보지 않나.

▲ 연기하면서 답답한 부분은 없었나.

있었다. 항상 두들겨 맞고, 기절한다.(웃음) 그래서 '저도 능력 하나 주세요'라고도 했다. 유황가루를 뿌리면 악마가 힘을 못 쓴다고 해서 '계속 갖고 다녀야 하나' 했다.

▲ 가정이 있는 분(박신혜)과 러브라인을 하다 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 않나.

그런 건 없었다. 애기 사진도 봤다. 너무 예쁘게 생겼다. 가족 얘기도 많이 했다. 그런데 촬영할 땐 그런 게 눈에 들어오면 방해가 될 거 같아서 아예 생각도 안 했다. 그 전에 작품을 할 때도 나이 차이가 있거나 하더라도 전혀 외부적인 요인은 생각하지 않았고, 러브라인을 그려가는 것에 전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박신혜 씨가 '그분(최태준)이 괜찮겠지?' 하긴 했다.

▲ 실제로는 연상인데, 극 중 유스티티아가 악마이기도 하고, 연하남의 느낌이었다.

그 부분도 자연스러웠다. 실제로 신혜 씨가 연기자로 선배이고, 연기를 하면서 의지를 많이 했다. 신혜 씨는 힘들어도 항상 웃고 있다. 정말 피곤할 때도 힘든 내색도 안 했다. 전 힘들면 못 참는데, 아프고 이러면 힘든데, 신혜 씨를 보며 정말 많이 배웠다. 업다운이 없다.

▲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버스 액션신을 찍으면서 목에 졸리고 넘어지다 바닥에 얼굴을 박아서 기절한 적이 있다. 그때 겁이 확났다. MRI 찍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호흡이 몇 초 더 없었으면 위험했다'고 해서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 싶었다.

▲ 다른 악마 크루는 어땠나.

김아영 씨는 '짧은대본'부터 'SNL코리아'까지 재밌게 봤다. 초반부엔 떨었는데, 촬영할 땐 진짜 잘하시더라. 김인권 선배는 저에게 애드리브도 많이 넣어주셨다. 같이 촬영하면서 즐겁기만 했다. 재밌게 찍은 거 같다. 아쉬운 건 저도 형사 팀이 있는데, 악마와 저 혼자만의 인간으로 있어서 아쉽다. 저희 형사 팀도 열심히 찍었다.

▲ 설정이나 연출이 자극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우리도 찍으면서도 엄청나게 고민했다. 피도 많이 나오고, 잔인한 사건도 나와서 어떻게 방송으로 풀 수 있을지 고민했다. 현장에서도 정말 피가 많았다. OTT에서는 많이 하지만 우리는 공중파이기도 하고. '너무 잔인하다'고 하니까. 그래서 오래 찍었다. 3일씩 찍는 장면도 있었다.

▲ 사적제재 메시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다.

촬영 전에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타 방송사에서 하는 것들도 보고. 판례를 보면 피해자 유가족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족하게 보일 때가 많아 보이긴 한다. 그런데 한다온은 경찰이고 형사라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니까. 어떻게 보면 사적 제재를 방해하는 사람이라 답답함도 느낀 거 같다. 판타지고, 드라마라 시원하기도 했지만 '이게 맞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 주변 사람들 평가는 어떤가.

친한 친구들이 있다. (변)우석이가 정말 바빴는데도 드라마를 봐 주고 '좋다'고 해주더라. 주우재 형은 '스타됐다'고 하고. 다른 친구들 연락도 많이 오고, 수치적으로도 잘 돼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렇게 아저씨들이 많이 알아보신다. '한다온 형사님 잘 보고 있다'고 얘기해주셔서 놀랐다.

▲ '난 왜 이렇게 안 풀리지'라는 고민이 있었나.

항상 안고 갔다. 전 모델을 하다가 '노브레싱'이라는 영화를 찍으면서 연기자가 됐다. 그땐 제 인생이 쉽다고 생각했다. '다 이렇게 되는 건가' 했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더라. 배우 생활하면서 '나와의 싸움'으로 바뀐 거 같다. 잘되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는데, 그래도 작품에 나왔을 때 만족스럽다고 스스로 느끼면 괜찮아지는 거 같다. '너를 닮은 사람'을 하기 전에 연기를 1년 정도 쉬었다. 이름을 바꿀까도 생각했다. 김씨가 많고, 재영이라는 이름도 많아서. 그러다 다시 했는데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굉장히 많은 분이 좋은 얘길 해주셨다. 그런데 이번까지 잘 되면서 '다행이다'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연기를 관뒀어도 다시 연기를 했을 거 같다.

▲ 다른 걸 하면 뭘 하려고 했나.

브런치 카페를 하지 않았을까. 요리를 좋아했다. 어릴 때 먹는 것도 좋아하고. 요리도 7개월 정도 배웠다. 재밌더라.

▲ 감독님이 '외로운 늑대'라는 평을 했더라.

저는 부모님이 없는 캐릭터를 많이 한다. '너를 닮은 사람'도 금방 돌아가고, 다른 작품에서도 고아원 출신이고, '월수금화목토'도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그런 캐릭터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지가 그런 건가. 전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굉장히 밝고, 어려움도 없었다. 평범하고 망가질 수 있는,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원래 성격을 보여줄 수 있으면 호감 가는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요즘 젊게 살려고 더 어리게 행동한다고 하더라.

주변 사람들에게 어리광을 많이 피우고, 많이 찡찡거린다. 나이가 들면 얌전해지고, 사람의 형성이 되는데 그런 게 겁날 때가 있는 거 같다. 연기자니까 평소에는 자유롭고 유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한다.

▲ '지옥에서 온 판사' 시즌2 얘기도 나온다.

처음부터 그런 말을 했다. 그런데 그게 잘돼야 나오는 얘기니까. 이젠 한편으론 시즌2에서 다온이 어떤 인물이 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더라. 하면 너무 좋을 거 같지만. 작가님이 잘 써주셨으면 좋겠다. 설마 나만 안 나오려나. 악마들만 나오나. 그렇지 않을 거다.

▲ 차기작으로 원하는 부분이 있을까.

휴먼 멜로, 로코, 이런 걸 해보고 싶다. 직업적이거나 배경이 강해지면 그 부분을 꼭 갖고 가야 하지 않나. 어두움이 있으면 트라우마를 갖고 가야 하고. 모든 캐릭터가 그런 부분이 있지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을 하고 싶다. 그리고 제가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해본 적이 없다. 저의 자연스러움이 녹아날 수 있는 걸 더 늦기 전에 하고 해보고 싶다. 댓글 중에 '어린 줄 알았는데 88이야?' 이래서, 이제 나이가 좀 들었나 싶더라. 학원물은 못 할 거고. 대학생까진 가능하지 않을까.(웃음)

▲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은 있나.

없다. 꼭 잘 써달라.(웃음) 작품을 할 때 하고 싶은 게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제가 재미를 발견하면 할 수 있는 거라 뭐가 될지 모르겠다. 아직 결론은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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