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31)는 거래처로부터 급하게 업무 관련 서류를 뽑아 제출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다행히 인근 지하철역 내부에 가격이 저렴한 무인 프린트숍이 있어서 급한 용무를 해결했다”며 “앞으로도 역내에 이런 무인 업무 편의시설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역사 내 무인 매장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되고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하면서 지하철역 내부 상가에도 무인 매장이 공실 해소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늘어나는 역사 내 무인 매장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 내 들어설 무인 프린트 전문점 입찰을 접수한다고 4일 밝혔다. 대상 지하철 역사는 4호선 상계역·신용산역, 6호선 상수역 등이다. 공사는 2022년 8월 신당역 등 6개 역사에 무인 프린트 전문점을 일괄 유치한 바 있다.공사는 도시락, 밀키트, 반려용품점 등 다양한 업종의 무인 매장을 확대해왔다. 2021년 월곡역 내 무인 과자가게를 시작으로 2022년 봉천역 등 6곳에 무인 밀키트 전문점이 들어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명일역, 마들역 등 10곳에 무인 반려동물 용품점도 입점했다.
공사에 따르면 역사 내 무인점포는 2022년 15곳, 2023년 28곳, 올해 9월 현재 27곳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대로 공실률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9.8%까지 치솟았던 공실률은 2022년 9.4%, 2023년 6.9%, 올해 9월 6.7% 등으로 하락했다. 김정환 서울교통공사 전략사업본부장은 “과거 일반 상품 판매 방식으론 한계가 뚜렷하다”며 “무인점포 특성상 15~20㎡ 정도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업종 선택
1인 가구 증가와 개별 상권 특성에 맞춰 가장 적합한 업종을 선택하고 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직장인 편의 시설, 테이크아웃 위주의 상품을 판매하는 무인점포 유치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박상동 서울교통공사 상가팀장은 “앞으로 무인 과일가게, 무인 세탁기 등 1인 가구 수요를 겨냥한 무인 매장 입점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대규모 공간의 경우 무인 스포츠센터, 팝업스토어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박 팀장은 “장기적으로는 거대 쇼핑몰처럼 지하 공간을 재배치해 여러 점포 간 상승작용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무인점포 확장에 힘쓰고 있다. 인천 지하철 1·2호선 역사에서는 ‘무인 떡집’을 찾아볼 수 있다. 떡 팩을 가져가면서 자율적으로 현금 및 카드로 결제하면 되는 방식이다.
25년여간 상권 분석 작업을 해온 박균우 두레비지니스 대표는 “개별 지하철역으로 보면 지하 공간이 3분의 2 이상 공실인 사례도 적지 않다”며 “무인 운영을 하더라도 26.45㎡ 정도 되는 점포 한 칸 크기에서 수익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메디컬존, 개인 창고 등의 시도도 긍정적이지만 사무실 형태로 바꿔 젊은 창업자들이 임차료를 내고 들어오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