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긍정적 신호가 속속 포착돼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선전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의 미국 시장 10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7.4% 늘어 동월 기준 역대 최대다.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같은 기간 도요타 판매량이 5.5% 쪼그라든 점을 고려하면 더 반가운 성적표다. 미국 시장에서의 약진에 힘입어 지난 3분기에 뒷걸음질 쳤던 자동차 수출도 10월에는 5.5% 반등에 성공했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위기감이 큰 배터리업계도 바닥을 다지는 양상이다. SK온은 원가 절감,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12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2분기 4601억원에 달한 영업손실이 3분기 240억원 영업이익으로 급반전한 것이다. ‘연내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던 안팎의 우려를 비상경영 3개월 만에 불식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얼마 전 3분기 4483억원의 영업이익을 공시했다. 4660억원의 미국 정부 보조금(AMPC) 덕을 봤지만 캐즘 시대의 생존법을 터득했다는 기대를 키운다.
회복이냐 재침체냐의 기로에 선 한국 경제에 단비 같은 소식을 전하는 기업은 이외에도 많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독점력을 바탕으로 분기마다 깜짝 실적을 내며 반도체 수출을 견인 중이다. K방산의 부상도 든든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4대 방산기업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1% 늘고 영업이익은 3.2배로 불어났다. HD현대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금호타이어 등도 어닝 서프라이즈로 경제의 하방을 지탱해내고 있다.
물론 걱정스러운 지표도 많다. 두 분기 연속 성장률 쇼크에다 수출 증가율은 9월 이후 한 자릿수로 내려앉아 연간 7000억달러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더 어렵다. 4대 은행의 3분기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는 올 들어 48%나 급증했다.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수출 여건이 급변하고 일본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주변국의 정치·경제적 혼란도 점입가경이다. 그래서 기업들의 선전이 더 소중하다. 역동경제 불씨를 되살리고 있는 기업들을 격려하며 경제 심리를 되살려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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