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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 쇳덩어리 다져 빚어낸 '코리안 아메리칸'의 묵직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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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작품을 해야 빛이 나는 사람입니다. 낯선 미국 땅을 처음 밟고 혼란스러웠을 때도, 나이가 들어 세월의 야속함을 느낄 때도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 건 작업이었죠.”

1939년생, 올해로 85세를 맞은 금속공예가 김홍자는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60년간 매일 은과 금, 동을 주무르고 깎아내며 작품을 만든다. 작업을 하지 않을 때면 교단에 나가 미래의 김홍자를 키워낸다. 그렇게 몽고메리칼리지에서 무려 43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김홍자가 오랜만에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여는 개인전 ‘인연의 향연’을 통해서다. 30년 만에 현대화랑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김홍자는 이화여대 자수과를 4학년 1학기에 그만두고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인디애나대를 다니며 금속 공예의 세계에 눈을 떴다. 김홍자의 작품을 지탱하는 주제 의식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다. 그의 영어 성명 ‘코멜리아 오킴’에서 이름은 코리아와 아메리카를 합쳐 지었다. 성은 일본인 남편의 성 오시로와 아버지의 성 김을 더했다. 그의 작품에는 동양과 서양의 양식이 혼합돼 나타난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인간과 자연. ‘대부’라는 제목이 붙은 금속 작품에 울창한 대나무 숲을, ‘대모’ 작업에는 연못의 풍경을 세밀하게 조각해 그려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천에 그림을 그려 넣는 기법인 텍스타일 페인팅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합을 표현하기도 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실크 위에 인쇄하고 캔버스로 삼았다. 천 앞에는 금속으로 제작한 인간 형상 조각을 배치했다. 김홍자는 ‘조각 작품을 집에 걸어둘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이 작업을 시작했다.

정형화된 금속 공예의 공식을 깨기 위한 흔적도 엿볼 수 있다. 그가 이번 전시에 가지고 나온 은그릇에서다. 흔히 은그릇을 만들 때 모든 부분을 동그랗고 모나지 않게 조각하지만, 그가 내놓은 은그릇은 끝부분이 모두 날카롭게 홈이 파이거나 접혀 있다.

김홍자는 앞으로 ‘이모저모 쓸 수 있는 공예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신구 거치대, 유골함, 등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김홍자가 착용하고 있던 모든 장신구도 그가 직접 제작한 작품이다. 전시에서는 그가 직접 만들고 착용하는 장신구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 30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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