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본안 소송 상고심에 대한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가 이번주 결정된다. 대법원에서 기각 결정이 나올 경우 최 회장이 재산 분할액으로 현금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확정된다. 이와 달리 대법원이 정식 심리에 들어가면 '노태우 비자금 유입 여부'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치열한 서면 공방이 전개될 전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 상고심 정식 심리 여부를 11월 8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대법원은 관련법에 따라 상고기록 접수 이후 4개월 안에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 상고 기록은 지난 7월 8일 접수됐다. 이에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하면 이를 11월 8일까지 양측에 통보해야 한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대신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기로 결정한 경우 양측에 별다른 통보 없이 심리를 이어가게 된다. 이 경우 통상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 기한 당일 법원 홈페이지의 사건 심리진행 상황에 '심리불속행 기간 도과'를 표시하게 된다.
2002년 재판 업무 전산화 이후부터 올해 8월까지 가사 사건의 상고심 심리불속행 기각 비율은 83%로, 민사 사건(54.6%)에 비해 높았다. 상고심은 원심에서 확정한 사실 판단에 대한 법리 해석과 적용이 정당한지를 살피는 법률심인 만큼 법률적 쟁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가사 사건은 기각되는 비율이 높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할 경우 최 회장은 1조3808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SK㈜ 지분 90% 이상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와 일괄 매각에 따른 가격할인 등을 고려할 때 최 회장이 실제로 마련해야 할 금액은 1조9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됐다는 2심 재판부의 전제를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인정한 셈이 되기 때문에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상고 이유서에서 2심 재판부의 법리 오해 및 사실오인을 주장하고 있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정식 심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상고심에서는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의 실제 SK 유입 여부 △최 회장이 선친에게 받은 SK㈜ 지분이 특유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과거 증여 등으로 현재 없는 재산을 '보유 추정'해 분할한 것이 정당한지 등을 집중적으로 심리할 전망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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