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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만원이라도 산다"…10만명 몰린 '이곳' 어디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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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이야 늘 사람들이 북적거리긴 하지만 이정도로 인파가 몰린 건 흔치 않네요. 요새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국내는 패션피플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대거 몰리고 있어요." (패션 브랜드 관계자)

지난 1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성수역 4번 출구 뒷쪽 골목까지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면서 차도까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한 스트리트 패션을 입은 20~30대 젊은이들이 대다수로 옷가지가 가득 든 큰 쇼핑백을 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팝업스토어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에 주요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잇달아 문을 열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20~30대 MZ(밀레니엄+Z) 고객들이 더욱 몰리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고 특별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주력 매장이다.

패션·의류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미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키스와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지난 5월 성수동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에 이은 다섯번째 글로벌 매장.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키스 입장에선 성수동이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는 점이 지역 선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한섬에 따르면 키스 플래그십 스토어의 누적 방문객은 개점 석 달 만에 10만명을 넘었고 목표 매출도 20% 초과 달성했다. 한섬 관계자는 "타 브랜드 편집 상품은 물론 PB(자체 브랜드) 제품과 함께 다양한 컬래버(협업)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면서 "기존 편집숍들은 주요 타깃 연령 고객층에 맞춰 유사한 가격대 1~2가지 카테고리 상품들로 매장을 구성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키스 서울에선 티셔츠·재킷·액세서리 등 의류·잡화 제품을 비롯해 골프클럽·캠핑의자·여행용 트렁크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2만원대 양말부터 최근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콜라보레이션해 선보인 1900만원짜리 코트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9월에는 한섬의 자체 온라인 편집숍 EQL의 첫 MZ세대 특화 플래그십 스토어 'EQL GROVE'(이큐엘 그로브)가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이큐엘 그로브는 2개 층, 500평 규모로 꾸려졌으며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과 F&B(식음) 매장을 별도로 운영한다. 이큐엘 그로브는 성수 상권 고객의 소비 패턴에 맞춰 50만원 이하의 의류 제품과 30만원 이하의 잡화, 20만원 이하의 라이프스타일 제품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했다.

개점 초기 이큐엘 그로브의 일평균 방문객은 2000명을 넘었다. 누적 방문객은 개점 50일 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관광과 기념품 쇼핑을 즐기기 위한 외국인 방문도 이어지며 외국인 고객 비중이 20%까지 올라왔다.

이랜드월드에서 전개하는 뉴발란스 역시 지난달 16일 성수동에 228평 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뉴발란스는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개점 당일 하루에만 2000명 넘는 고객이 매장을 찾았다. 개점 후 2주간 방문객은 3만명에 달한다고 회사는 전했다.

뉴발란스는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프리미엄 라벨 '메이드'(MADE) 라인 상품을 국내 최대 규모로 만나볼 수 있고 익스클루시브(독점)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만나보기 어려운 '993' 스니커즈 발매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구매하기 위해 영업 시작 전에 줄을 서는 오픈런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수동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비이커 플래그십 스토어, 아더에러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무신사가 운영하는 매장들도 있다.

이처럼 패션·의류·신발 브랜드들이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잇달아 여는 것은 성수동이 트렌디하고 세련된 동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성수동은 지난 9월 영국 여행 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38곳' 중 4위에 올랐다. 앞서 올 8월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성수역 퇴근 시간대 일평균 승하차 인원은 1만8252명으로, 10년 전(2014년 8786명)의 2배를 웃도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성수는 굳이 타깃층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만큼 10대부터 중장년 고객까지 다양한 국내외 연령대 고객들이 한데 찾는 곳이라 브랜드들이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며 "패션 브랜드들이 매장을 열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엔 더 없이 적절한 장소"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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