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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앞두고 지난 한 주 동안 미국 전역에서 정치 광고에 10억달러 가까운 금액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접전 양상 속에서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노출되기 위해 광고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지난 세 달간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더 많은 광고비를 투입해 7개 경합주 중 5개주에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광고에 돈 쏟아붓는 美 정치권…민주당이 우위
3일(현지시간) 광고 분석회사인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10월27일~11월2일 집행된 정치 광고 비용은 총 9억9400만달러(1조37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집행된 정치 광고 총액(약 100억 달러)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통령 선거 광고에는 이 기간 2억7200만달러(약 375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대선 직전과 당일인 3~5일에도 3억달러가 넘는 추가 광고 집행이 예정돼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세 달간(8월1일~10월25일) TV에서 방영된 정치 광고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광고 집행에 2억1300만달러(약 2940억원)를 더 지출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광고는 이 기간 조회수 188억 회를 기록해 85억 회에 그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크게 앞질렀다. 해리스 부통령은 7개 경합주 중 5개 주에서 광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주에서도 민주당은 광고에 투입한 비용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9대 1로 앞섰다. NYT는 "민주당이 공중파를 장악했다"고 분석했다.
라디오와 SNS 광고에서도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캠프에 비해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웨슬리안미디어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중순까지 해리스 캠프는 라디오 광고에서 6대 1, 구글과 메타 광고에서 3대 1로 우위를 점했다.
린 바브렉 UCLA 정치학 교수는 이를 "군비 경쟁"이라고 표현하며 "해리스 부통령이 필라델피아에서 100개의 광고를 구매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에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들이 점점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되는 이유는 후보들이 승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광고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합주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 가정에서는 8월 이후 하루 평균 약 16개의 정치 광고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광고, 접전시엔 결과 바꿀 수도"
해리스 부통령은 세금과 낙태를 주제로 한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민주당이 내놓은 광고 중 특히 낙태는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왔다. NYT는 "최근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민과 낙태는 유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혔다"며 "민주당의 광고 효과는 유권자들이 낙태 권리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민주당이 이에 1억4400만달러를 투입한 데에 비해 공화당은 4억1500만달러를 이민을 언급하는 광고에 지출했다. 공화당의 광고 중 상당수는 불법 이민자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조명하는 내용이다.
2021년 바브렉, 존 사이드, 크리스토퍼 워쇼의 연구에 따르면, 대선 경선에서 상대 후보보다 광고를 100회 더 방영할 경우 최종 득표율이 약 0.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브록맨 버클리대 교수는 “TV 광고의 효과가 매우 작지만 0은 아니라는 증거가 상당히 많다"며 "아주 작은 효과에 엄청난 금액을 곱하면 접전 선거에서 결과를 바꾸기에 충분한 표를 움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광고의 양이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선거 마지막 9주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광고를 집행했지만 패배했다. NYT는 "만약 공화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은 유권자와의 소통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