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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넘는 고액 연봉자…美·日선 '강제 퇴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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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제는 반도체업종을 넘어 국내 산업 전반의 인력 운용에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조업체는 주문량이 급증할 때 납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금융, 법률, 회계 등 고숙련 노동이 요구되는 업종도 주 52시간제로 프로젝트 마감 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일한 시간과 상관없이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재량근로제를 활용하면 주 52시간제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도입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활용도가 낮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전문직이나 1억원 이상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제도를 시행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예외를 둬 근로시간 자율성을 보장한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연장근로에 제한이 없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대해 임금의 1.5배를 근로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하지만 일정 급여 이상의 관리직과 행정직, 전문직, 고연봉자 등에겐 이조차 적용하지 않는다. 이들 근로자는 최저임금을 크게 웃도는 연봉을 받는 데다 유·무형의 각종 특권을 누려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일하더라도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는 것이다.

지난 7월부터 새롭게 적용된 기준에 따르면 급여 수준이 연 4만3888달러(약 6058만원) 이상인 관리직과 행정직, 전문직 근로자와 연봉 13만2964달러(약 1억8355만원) 이상 고액 임금근로자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의 대상이다.

일본도 미국과 비슷한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운영한다. 금융상품 개발, 자산 운용, 유가증권시장 분석, 컨설팅, 연구개발(R&D) 등 다섯 가지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올릴 때 근로시간(주 40시간), 초과근로수당 등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고액 임금 근로자는 연간 평균 급여의 세 배에 달하는 1075만엔(약 97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이다. 일본에선 근로자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함께 두고 있다. 예컨대 근로시간 간격을 최소 11시간 이상 확보하도록 하거나 연간 104일 이상의 휴일을 부여하게 규정하는 식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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