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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합으로 보여준 박세은·김기민의 '월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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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1일과 3일 공연은 치열한 예매경쟁이 벌어졌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세은(35)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2)이 남녀 주역 페어로 서는 날이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시야제한석이라도 구해볼까 싶어서 공연 당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창구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다. 15년 만에 국립발레단에서 다시 합을 맞춘 박세은과 김기민. 이들 월드클래스의 공연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떠한 빈틈도 느낄 수 없었다.

박세은은 지난여름 파리오페라발레단 동료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 발레단의 레퍼토리 갈라 무대를 선보여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하이라이트를 모아 놓은 갈라보다는 역시 전막 무대에서 드러났다. ‘라 바야데르’의 주인공 니키아는 수석무용수에 오른다고 해서 다 주어지는 배역이 아니다. 박세은은 니키아에 대해 “발레라는 기본기 위에 자신만의 연기와 주관, 특성을 자연스럽게 노출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인도의 여성 댄서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무희 니키아와 니키아의 연인이자 전사 솔로르 그리고 공주 감자티의 삼각관계가 줄거리를 이룬다. 박세은은 이번 무대에서 솔로르가 자신을 배신한 현실과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며 함께하고픈 이상 사이의 괴리감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점프나 고난도의 기술도 뛰어났지만 솔로르에 절망하며 일그러지는 표정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에서 니키아의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다. 느린 음악에도 자연스럽고 기품 있게 춤을 추는 프랑스 발레가 묻어났다.

그랑주테로 등장한 김기민은 솔로르 그 자체였다. 세계 무대에서 수십 번 솔로르가 된 내공을 살려 엄청난 에너지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점프 체공의 높이, 턴의 속도, 흐트러짐 없는 균형 감각을 지키면서 훌륭한 연기력까지 보여줬다. 자신감 있고 위풍당당한 1막의 솔로르에서 전사의 위용이 느껴졌고 권력에 눈이 멀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2막과 3막의 솔로르에서는 우매함이 전해졌다. 야망을 위해 감자티 공주를 선택하는 고전 발레 속 평면적인 남자 주역을 이처럼 설득력 있게 밀어붙인 무용수도 이번 공연 중 김기민이 유일했다.

국립발레단이 닷새간 펼친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는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의도를 훌륭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로비치는 주역 무용수들이 무대를 최대한 넓게 쓰도록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음악이 흐르는 모든 시간에 안무를 넣는데 ‘라 바야데르’도 마찬가지였다. 막과 막 사이에 주요 인물이 그저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며 지나가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하기도 했다.

다만 1일 공연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다소 아쉬웠다. 음량이 작을 때에는 희미한 나머지 무용수들의 토슈즈가 바닥에 달라붙는 듯한 쩍쩍 소리가 들려왔다. ‘라 바야데르’의 백미로 여겨지는 ‘망령들의 왕국’에서 32명이 한 명씩 등장할 때, 그 소리가 다소 몰입감을 방해했다. 2막의 감자티와 솔로르의 약혼식에서는 두 사람이 무용을 마쳤는데 음악이 약간 늦게 끝나기도 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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