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좋은 지역이란 것은 누구든 알고 있습니다. 누구나 살고 싶은 지역 안에서 진짜 핵심지는 어디일까요. 한경닷컴은 부동산 분석 앱(응용프로그램) 리치고의 도움을 받아 수도권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매주 월요일 '동 vs 동' 시리즈를 만나보세요. [편집자주]
잠실동은 '강남 3구' 중 하나인 송파구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다양한 상업·문화 시설로 인해 서울 도심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항상 언급되곤 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른 잠실종합운동장이 있고 호텔과 테마파크, 아쿠아리움 등이 모인 롯데월드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잠실동이 원래 강북이었다는 점입니다. 잠실동은 본래 광진구 자양동의 일부로, 한강의 지류인 송파강의 북쪽에 있었습니다. 조선 중종 시기인 1520년 큰 홍수의 여파로 신천(새로운 강)이 생기며 자양동이 남북으로 갈라졌고, 이렇게 떨어져나온 섬을 잠실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잠실은 이후 500년가량 북쪽으로는 신천, 동·서·남쪽으로는 송파강에 둘러싸인 섬으로 있었고, 1970년대 신천을 한강 본류로 만들고 송파강을 막으면서야 강남에 속한 육지가 됐습니다. 행정동 잠실동이 행정동 자양동에서 분리된 것도 1973년의 일입니다.
이후 약 50여 년이 지나면서 잠실동은 송파구의 대표 부촌으로 거듭났습니다. 부동산 분석 앱(응용프로그램) 리치고에 따르면 잠실동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7500만원으로 서울 상위 7.5%에 해당하는 1급지입니다. 대장주 아파트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를 비롯해 '레이크팰리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엘리트의 경우 전용면적 59㎡ 시세가 20억원을 넘어섭니다.
다양한 상업·문화 시설에 교통·학군까지…팔방미인 잠실동
전용 59㎡ 기준 최근 실거래가는 엘스 22억7500만원(13층), 리센츠 22억9000만원(6층), 트리지움 21억9000만원(19층)입니다.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28억5000만원(17층)에, 재건축이 추진 중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33억2500만원(9층)에 손바뀜됐습니다. 이렇게 부촌으로 인지도가 높다 보니 바로 옆 신천동 아파트들도 '잠실파크리오', '잠실르엘',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 이름에 잠실을 붙이는 상황입니다.상업·문화 시설이 많은 만큼 교통도 편리합니다. 지하철 2호선과 9호선이 지나며 버스 노선도 많아 강남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리치고에 따르면 잠실은 상위 2% 이내 1등급 학군도 갖추고 있습니다. 지하철 9호선 삼전역 인근에 147개 학원이 포진한 잠실 학원가가 형성돼 있고, 과학고·외고·자사고 진학률이 24.6%에 달하는 신천중학교와 19.4%인 잠신중학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인프라와 우수한 학군이 집값을 뒷받침하는 격입니다.
다만 가장 최근에 지어졌다는 엘스도 2008년 9월 준공돼 올해로 16년 차를 맞았습니다. 리센츠의 경우 신축 아파트를 따라잡기 위해 기존에 없던 커뮤니티 시설을 새로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대 아파트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된 강남구 개포동이 경쟁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개포동은 1980년대 저층 소형 아파트 위주로 조성돼 강남 서민 주거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강남의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습니다. 농담 삼아 '개도 포기한 동네'로 불렸던 곳이 이제는 '개도 포르쉐 타는 동네'로 바뀌어 불릴 정도입니다.
재건축으로 탈바꿈한 개포동…"개도 포르쉐 타는 동네"
개발 전 개포동은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 포이리와 반포리였습니다. 개포동 북변에 흐르는 양재천 탓에 일대는 갯벌이었습니다. 1963년 서울시로 편입되고 이후 갯벌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개간했다는 뜻을 담아 개포동이라는 지명이 붙었습니다. 1980년대 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가 조성됐는데, 이후 재건축을 통해 2019년부터 새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강남권 신축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하면서 가격도 뛰었습니다.6702가구 규모로 개포동에서 가장 덩치가 큰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8월 30억1500만원(4층)에 거래됐습니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84㎡도 지난 9월 29억원(13층)에 팔렸고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 역시 지난달 31억3000만원(층)에 새 주인을 맞았습니다.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84㎡는 33억원(6층)에 손바뀜됐습니다. 리치고는 개포동 아파트의 3.3㎡당 가격을 8100만원으로 집계했습니다. 서울 상위 5%에 해당하는 1급지 가격입니다.
2019년 이후 준공된 개포동 재건축 단지들은 최신 커뮤니티를 자랑합니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10개 레인 규모 실내 수영장과 프라이빗 시네마, 볼링장 등을 갖췄고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국내 최초로 아파트에 호텔급 '인피니티풀'을 설치해 화제가 됐습니다. 단지 내 입주민들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있다는 점도 낡은 아파트와는 차별화된 요소입니다.
학군도 준수합니다. 양재천 건너편에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학원가인 대치동 학원가가 있어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 내 구룡중학교와 개원중학교의 과학고·외고·자사고 진학률도 각각 20%, 18.5%로 전국 상위 3%에 해당합니다. 동네가 조용하고 유해시설이 매우 적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다만 편의시설도 마찬가지로 적고, 수인분당선 외에는 지하철 노선이 없어 대중교통의 편리함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힙니다. 리치고 관계자는 "대중교통 기준으로는 잠실이 개포보다 강남역 접근성이 더 좋다"고 진단했습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평당 가격 기준으로 급지를 보면 개포동이 잠실동보다 조금 더 높다"며 "향후 잠실주공 5단지가 신축되면 가격 차이가 없거나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개포동과 잠실동 모두 재건축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동네가 더 깨끗해지고 거주환경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