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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아프리카 발전 가로막는 주범은 서구 중심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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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발전하지 못한 대륙이다. 다양한 지하자원과 무한한 잠재력이 있지만 여전히 그곳에서는 전쟁과 질병, 가난과 기아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아프리카는 왜 발전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그 책임은 정말 누구에게 있는 걸까?

최근 서구 사회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이 발전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척박한 기후 환경 또는 미개하고 게으른 사람들이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을 가로막는 이유로 지목돼 왔지만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영국에서 출간돼 화제인 <아프리카 경제학(Africonomics)>은 서구 세계가, 더욱 구체적으로는 ‘서구 중심 경제학’이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을 가로막는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서구 세계가 제국주의 또는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아프리카 경제에 접근해야만 한다고 제안한다.


케임브리지대 아프리카 연구소장을 지내고 현재 ‘프린스턴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강의하는 브론웬 에버릴은 책을 통해 대담하면서도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서구 무지의 역사(A History of Western Ignorance)’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이식하려고 한 서구 경제 체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세기 동안 서구 세계는 아프리카 경제를 ‘고치려’고 노력했다. 선교사, 자선가, 개발 경제학자, NGO 단체 등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아프리카 대륙에 도착했지만, 그들의 실험은 번번이 실패했다.

저자는 서구 세계의 개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들은 아프리카 사람들로부터 권력과 주도권을 빼앗음으로써 의도치 않게 상황을 악화시켰고, 더 많이 개입해야만 했고, 의존성이 점점 더 커지는 악순환을 촉진했다.”

‘세터리스 패리버스(ceteris paribus)’는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라틴어로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저자는 서구 세계가 사회과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세터리스 패리버스를 무시했다고 진단한다.

서구 세계는 자신들의 세계에서 문제없이 작동하던 일련의 경제 법칙을 아프리카에도 그대로 적용하려고 했다. 아프리카는 모든 조건이 달랐지만 성장, 부, 부채, 실업, 인플레이션, 여성의 노동 등에 서구의 기준을 적용했고, 서구의 지표를 사용했다.

2008년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에서 경험한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해, 책은 아프리카를 향한 서구 세계의 개입 역사와 그것이 대륙 경제 발전에 미친 영향을 다큐멘터리처럼 펼쳐놓는다. 서구 경제학자와 정치 지도자들이 아프리카 경제의 본질을 오해했으며 득보다 실이 큰 정책을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오해의 뿌리는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를 값싼 노동력과 원료의 원천으로 본 노예무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예무역이 폐지되고 아프리카 식민지화가 진행되면서 서구 열강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의 자원을 계속 착취했다. 책은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주체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경제 발전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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