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AI용 메모리에서 ‘성과’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으로 집계됐다. 4조2000억원 수준인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를 8% 정도 밑돌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안팎에선 “주력 사업인 메모리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1조2000억원 넘는 일회성 비용(성과급 충당금 등)과 1조8000억원 수준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파운드리 포함)의 적자를 감안하면 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와 비슷한 7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셈이어서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도 HBM과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AI용 메모리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올 3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늘었고, 서버용 DDR5와 서버용 SSD는 각각 10%대 중반과 30%대 중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내년 고객 맞춤형 HBM4 승부수
삼성전자는 당분간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올인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 AMD 등 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 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5세대 HBM(HBM3E) 8단 및 12단 제품과 관련해 최대 큰손인 엔비디아 납품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내년 4분기 본격 양산이 예상되는 HBM4와 관련해선 ‘맞춤형(custom)’ HBM에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복수의 고객사와 협의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TSMC와의 협력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두 회사의 협업은 지난 9월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도 나왔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베이스다이(HBM 하단의 컨트롤 역할 부품)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선정은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할 것”이라며 TSMC와의 협업을 공식화했다. 최근 AI 서버용 저장장치로 각광받고 있는 eSSD 시장에선 연말까지 64테라바이트(TB) 제품을 출시하고 내년엔 128TB SSD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구형 제품 감산…첨단 제품 늘려
삼성은 AI·서버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고, 스마트폰·PC용 시장은 주춤한 ‘메모리 양극화’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DDR4, 6·7세대 V낸드 등 범용 D램·낸드플래시 감산에 들어가는 동시에 생산라인을 최첨단 AI 메모리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올해 반도체 시설투자는 47조9000억원으로 지난해(48조3723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투자액의 대부분을 HBM과 DDR5, eSSD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R&D 투자 역시 늘릴 계획이다. 선행 기술을 연구하는 반도체연구소도 질과 양 모두 두 배 수준으로 키운다.
김 부사장은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후공정 투자, 클린룸 선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수요가 강한 첨단 공정 기반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