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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막말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때 찬조 연설자의 “푸에르토리코 쓰레기섬” 발언으로 궁지에 몰렸으나, 공화당 지지자들을 “쓰레기”라고 부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이 나오면서 공세로 전환했다.
○쓰레기차 올라탄 트럼프
더힐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경합주 위스콘신 유세 중 안전조끼를 입고 쓰레기차에 올라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어젯밤 비뚤어진 바이든 대통령이 마침내 자신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우리 지지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했다”며 “그들은 여러분을 쓰레기처럼 대우한다”고 말했다.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라틴계 유권자들과의 통화 중 앞서 트럼프 유세에서 나온 “푸에르토리코는 떠다니는 쓰레기 섬” 발언에 대해 “내가 아는 푸에르토리코인은 선량하고 품위 있고 명예로운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저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의 지지자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금세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를 ‘쓰레기’로 비하한 발언으로 해석돼 유권자 사이에 퍼졌다. 백악관은 곧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아니라 찬조 연설자인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의 발언을 가리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바이든이 해리스의 순간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 ‘개탄스러운’ 발언보다 “더 나쁘다”고 비판했다. 당시 클린턴 후보는 본투표 직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를 “개탄스러운 사람들”이라고 불러 역풍을 맞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사람들이 누구에게 투표하는지에 따라 비판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내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을 대표해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폭력 사태에 내전 우려도
선거 과정에서 특정 정당·지역 유권자를 폄하하는 증오 발언이 쏟아지면서 미국 사회가 대선 이후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완전한 미치광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을 “내부의 적” “공산당원” 등으로 지칭했다. 9월에는 대선 TV 토론 중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개와 고양이를 훔쳐 잡아먹는다”는 유언비어를 공개적으로 꺼내 아이티 이민자 사회를 불안하게 했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통합의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지만 발언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트럼프는 파시스트”라고 공격했다.
비방전이 과열되면서 실제 지지자 간 폭력 사태도 발생했다. 29일 플로리다주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트럼프 지지자 케일럽 제임스 윌리엄스(18)와 7명의 동료가 해리스 부통령 지지 플래카드를 든 중년 여성 둘과 대치해 칼을 꺼내 휘두르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좌파와 우파가 극단으로 치달아 서로 싸우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왔을 때 내부 갈등 문제가 국가 부채와 결합해 불거질 경제·사회적 갈등이 걱정된다”고 했다. 달리오는 9월 BBC 인터뷰에서 대선 불복으로 인한 내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