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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 품질연구팀에서 근무하던 이인석 국대인테리어필름 아카데미 대표(38)는 20대 중반에 일을 그만뒀다.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선택한 일은 인테리어 시공 기술자였다. 10~20년 뒤에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자기만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현재 그는 연 매출 약 27억원 규모의 국대인테리어를 이끌고, 후배 시공 기술자들을 양성하는 교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31일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 연사로 나선 청년 기업가들은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브라운칼라의 등장: Gen Z(Z 세대)가 개척하는 직업세계 현장' 세션에서 만난 이들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빨라지면서 인간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며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로 나누는 이분법적 논리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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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대안은 '브라운칼라'다. 브라운칼라는 화이트칼라의 전문성과 블루칼라의 노동력이 결합한 형태의 노동자를 뜻한다. 뚜렷한 목적 없이 정신노동에 지친 청년들 가운데 사무실에서 벗어나 땀 흘리는 노동을 추구하는 모습이 늘면서 생긴 단어다. 국내에는 2013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내:일>에서 처음 소개됐다.
실제로 '젠지'(Gen Z·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를 중심으로 브라운칼라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사람인이 20·3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술직을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9%에 달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노력한 만큼 벌 수 있어서'(55.7%),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로 내 일을 할 수 있어서'(51.2%) 등이 주요 이유로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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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칼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기존 블루칼라와는 다르다. 서동아 콩드슈 대표는 성공 비결로 '스토리(이야기)'를 꼽았다. 서 대표는 2015년 대전의 전통 음식인 콩 튀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콩 부각'을 개발하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는 "지역의 역사와 특색에 얽힌 이야기를 쌓다 보니 소비자들이 더 친숙하게 느끼신 것 같다"고 했다.
노동 현장에 뛰어드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신지희 순자기업 대표는 중대형 건물 보일러실을 시작으로 지난 15년간 설비 운영 및 정비 업무를 해왔다. 지금은 에너지관리 기능장, 배관 기능장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여럿 보유한 '베테랑'이지만, 그는 "만만하게 생각하고 진입했다가 폐업하는 업체가 대다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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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표는 그럴수록 '원초적인 기술'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AI 기술 도입으로 상당 부분이 자동화로 이뤄지는 공사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일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인간 노동자는 줄어들 수 있지만, 오히려 능력 있는 전문 기술인들은 점점 더 귀해질 것"이라며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하기 위해선 개인의 힘과 역량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기술 만큼이나 사람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감정과 소통, 신뢰 등 AI 시대에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인석 대표는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져도 소통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면서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