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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세계 주요국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줄줄이 참패했다. 중동지역 전쟁 장기화 등으로 세계 정세가 불안한 와중에 높아진 물가와 실업률 등 경제 이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각국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과 견제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28일 주요 외신은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참패한 원인을 두고 일본의 최근 경제 상황에 주목했다. 일본은 장기 침체인 ‘잃어버린 30년’을 탈피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앓았다. 임금 상승은 더딘데 물가는 빠르게 뛰어 서민들의 생활이 팍팍해졌다. 30년 가까이 변동이 별로 없던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최근 3% 가까이 올랐다. 햄 등 일부 가공식품 가격은 최대 30%가량 치솟았다. 규동, 회전초밥 등 외식 가격은 물론이고 전기요금까지 무차별적으로 올라 개인소비 침체가 두드러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선거 결과는 수년간의 임금 성장 둔화와 생활비 급증으로 인한 국민의 불만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경제 이슈가 선거 참패로 이어진 건 일본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치러진 인도 총선에서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이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모디 총리가 10년 임기 중 인도 국내총생산을 세계 5위까지 끌어올렸지만 고성장 속에서 구매력이 낮아진 서민들의 ‘바닥 민심’을 챙기지 못했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높은 실업률과 고질적인 전력난 탓에 최초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를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민생에 소홀한 대가가 30년 단독 집권 시대 종말로 이어진 것이다.
영국은 민심을 읽지 못한 집권 세력의 침몰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영국에선 집권 보수당이 우크라이나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난민과 불법 이민 급증 등 경제 이슈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민심이 폭발했다. 조기 총선 승부수에도 14년 만에 노동당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지난해 14년 만의 최저인 1.4% 성장에 그친 대만에서도 집권 민진당이 제1야당인 국민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줬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선거에서 과거처럼 정치와 안보 이슈보다 경제 이슈와 실리가 승패를 좌우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올해 치러진 각국 선거에서 이런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