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 물가 상승에다 제도 변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겹치며 ‘현실 공사비’가 10년 새 두 배 뛴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발주자와 시공사 간 갈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분쟁 10건 중 7건에선 건설회사가 공사비 10% 이상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원가관리 전문기업 터너앤타운젠드코리아는 지난 25일 이 같은 내용의 ‘공사비 급등 시대, 건축 소비자는 보호받고 있는가’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달 집계하는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 10년간 약 1.5배 올랐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최근 3년 새 26% 상승했다.
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모두 우상향 곡선을 그린 영향이다. 철근과 레미콘, 배관용 스테인리스강관, FW-CV케이블 등 주요 자재 4개 품목의 가격은 최근 10년간 평균 51% 올랐다. 형틀목공의 인건비는 같은 기간 92% 급등했다. 2014년만 해도 일급이 14만3000원이었는데, 최근 27만5000원 수준이다. 2014년엔 서울에서 업무시설을 지으려면 3.3㎡당 500만원이 필요했는데 최근엔 1000만원가량으로 훌쩍 뛰었다.
실제 공사비는 통계상 공사비지수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상승, 제도 변화, 건물의 고급화, 친환경 요소, 공사 기간 증가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박장식 터너앤타운젠드코리아 대표는 “실제 장바구니 물가가 소비자 물가지수보다 많이 오른 것과 같은 이치”라며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고급화 경쟁 등 여러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건설업계의 분쟁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터너앤타운젠드코리아가 시행사와 자산운용사, 조합 등 발주자 2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부터 시공사의 물가 상승 보상 요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총 74개 프로젝트 중 52건(70%)에서 총공사비를 10% 이상 올려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20% 넘게 증액해달라는 비율도 24%나 됐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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