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이 왜 자신이 리그오브레전드(LoL) e스포츠 역대 최고의 선수인지를 또다시 증명했다. T1은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 4강에서 같은 국내 리그 LCK 소속 젠지 e스포츠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T1 그리고 소위 ‘제오페구케’라고 불리는 현재 선수단(‘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은 동일 로스터로 3년 연속 월즈 결승에 오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월즈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T1 그리고 제오페구케 선수단은 올해 내내 ‘최고의 팀’ 그리고 ‘최고의 선수’ 임을 증명하라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가장 큰 요인은 젠지를 상대로 지난 2022 서머 이후 무려 네 번이나 LCK 결승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T1은 이번 4강 이전까지 2023년 MSI 승리 이후 젠지에게 매치 10연패 중이었다. 하지만 T1은 가장 중요한 무대인 월즈에서 ‘천적’ 젠지를 꺾으며 또 한 번 본인들이 왜 챔피언인지를 증명해냈다.
이날 경기에서 T1은 가장 중요한 1세트를 가져오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T1이 미드 요네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젠지의 빈틈을 찌른 밴픽이 인상적이었다. T1이 블루 진영에서 요네를 선픽하자 젠지는 이것이 최우제의 탑 요네라고 확신한 듯 레넥톤을 꺼냈다. 하지만 T1은 이상혁에게 요네를 쥐여주고 탑 그라가스를 선택했다. 경기 초반 젠지는 탑 다이브를 시도했지만 내성이 강한 그라가스를 고른 최우제는 이를 완벽하게 받아냈다. 이후 팽팽하던 경기는 T1의 칼 같은 내셔 남작(바론) 트라이로 기울어졌다. 이후 젠지를 몰아붙인 T1은 경기 시간 30분 만에 승리를 차지했다.
젠지 역시 반격에 나섰다. 2세트 잭스, 스카너, 아리, 카이사, 렐이라는 돌진 조합을 선보이며 T1을 몰아붙였다. 특히 초반 설계로 얻은 이득을 끝까지 굴리며 경기 시간 27분 만에 T1의 넥서스를 파괴했다. 이어진 3세트 이상혁의 챔피언 폭이 빛을 발했다. 월즈는 물론 LCK 서머 시즌에도 꺼낸 적 없던 아칼리를 고른 이상혁은 잭스, 녹턴, 아리를 택한 젠지의 조합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상혁은 3경기에서 아칼리로 5킬 0데스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 번의 죽음도 허용하지 않았다. 거기에 바이를 택한 ‘오너’ 문현준의 활약이 더해지며 T1이 3세트를 가져오며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이어진 4세트 코너에 몰린 젠지는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젠지를 여러 번 위기에서 구했던 ‘캐니언’ 김건부의 니달리가 등판했다. 거기에 미드 트리스타나를 꺼내며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쌍포 조합’을 완성 지었다. 하지만 T1이 크산테를 금지시키며 젠지 조합의 완성도를 낮췄다. 거기에 더해 레드 5픽으로 선택한 ‘케리아’ 류민석의 파이크가 경기 초반부터 날뛰면서 T1이 우위를 점했다.
젠지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의 뽀삐가 활약하며 경기 시간 27분경 세 번째 용을 둘러싼 한타에서 승리를 거두며 승부의 추가 다시 팽팽하게 맞춰졌다. 주도권을 되찾은 젠지가 경기 시간 32분경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김기인이 이상혁의 아리를 물며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유리해 보였던 싸움 구도는 문현준의 스카너가 궁극기를 활용해 뽀비와 애쉬를 무력하게 만들며 뒤집혔다. 주요 딜러와 탱커를 잡아낸 T1이 파이크를 앞세워 트리스타나까지 잡아내며 대승을 거뒀다. 이후 지체 없이 진격한 T1은 경기 시간 33분여만에 젠지의 넥서스를 깨트리며 지독한 젠지전 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천적’마저 잡아낸 T1은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리는 결승에서 중국리그 LPL 소속 빌리빌리 게이밍(BLG)과 마지막 결전을 벌인다. T1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2023 월즈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올해도 우승 컵을 차지할 경우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또다시 2년 연속 월즈를 제패한다. 이 경우 이상혁은 2연속 월즈 제패를 두 번이나 해내는 대기록을 세운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