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먹자골목(국내 주식시장)에는 불황이 성큼 다가온 거 같은데, 이국 만리 땅(해외 주식시장)에서는 노 랜딩, 사상 최대 주가의 축제가 진행 중이다. 부럽기 그지없다. 금쪽같은 내 새끼 같은 회사들도 이렇게 팡팡 잘나갔으면 좋겠는데, 막상 총알은 없다. 그럼 어떡하지? 답은 내 뱃살 속에 있다. 숨겨진 식스팩을 찾는 법. 바로 사업분할을 통한 숨겨진 가치 찾기(unlocking value)다.
가치 창출을 위한 기업 분할 비법 (do's)
단순화·효율화하라당신의 회사 혹은 조직이 ‘저평가’받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고로 뷔페식당에는 맛집이 없고 김밥천국에선 미쉐린을 찾기 힘들다. 그 이유는 너무 이것저것 하기 때문이다. 단순화하라. 그래서 성장하는 사업 혹은 매력 있게 보이는 사업을 분리하라. 될성싶은 떡잎을 잡초와 섞어두면 유능한 인재를 뽑기 힘들고, 화끈하게 크기 위한 자본을 유치하기도 어렵다.
책임감(accountability)을 높여라
같은 회사였는데 둘로 쪼개뒀더니 더 잘되는 신비의 근본 원인은 사업부별 실적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커피는 겨울에, 이온음료는 여름에 주로 팔리는데, 이걸 갈라놓으면 양 사업부가 각각 여름용 아이스커피, 겨울용 숙취 해소 이온음료를 내놓게 된다. 이런 게 생존형 모델이 되려면 결국 어떤 사업부의 누가 뭘 이뤘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미안하지만 무한 경쟁을 대놓고 시킬 수밖에 없다. 내가 번 돈으로 남이 성과급을 받아가는 비극이 끊기는 순간 우리는 식스팩에 한 단계 더 다가간다.
팔아먹기 좋은 종목은 다르다
안타깝게도 한국 주식시장은 뜨겁게 타오르다가 식어버리는 냄비 성향의 극한값이다. 코스피100은 주가수익비율(PER) 14배로 나스닥100의 절반 수준, 닛케이225의 80% 수준에 불과한 아주 저렴한 가격대에 있지만 세금이나 지배구조, 산업 내 입지 등을 반영한 ‘이유 있는’ 가격으로 본다.
그래도 바이오나 미디어, 2차전지, 소프트웨어, 인프라 등의 산업에서는 경쟁 국가의 가치를 뛰어넘는 지표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니 이 같은 산업과의 동아줄이 연결되는 사업부가 있다면 상장의 꿈을 팔아 새로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반면 성장률이 낮지만 안정적인 마진을 내거나 경쟁사들이 쫄딱 망하고 두세 개밖에 안 남은 전통산업이라면, 상장으로는 재미가 없지만 팔아먹기에는 딱 좋다. 이런 자금은 우리에게 제2의 창업을 할 총알이 된다.
사업 분할의 함정 (don'ts)
브랜드도 자산이다한국의 특이한 점 하나는 회사 이름과 제품 혹은 서비스의 이름이 많이 겹친다는 것이다. 아마 일본식 재벌 문화에서 나온 듯하다. 그런데 이런 점은 분할한 사업부를 상장하거나 특히 매각할 때 상당한 장애 요인이 되곤 한다. 특히 수출 사업인 경우 주주가 바뀌는데 회사 이름이 바뀌어야 하는, 그래서 제품 로고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니 어차피 투자할 거면 제품만큼이나 브랜드도 키워보자. 덤으로 요렇게 브랜드를 분리해두면 혹시나 그룹의 다른 계열사나 높으신 분이 사고를 쳤을 때 같이 망가지는 억울함도 덜하다.
관리 조직의 비대화를 막아라
사업부를 분할할 때 자주 하는 실수가 관리 조직을 ‘복사-붙여넣기’로 두 배를 만드는 거다. 겸직을 전제로 최대한 자동화하라. 모자라는 인력이 있다면 통으로 외주화하라. 둘로 쪼갠 조직은 각각 결핍을 겪는데, 그러면서 조직의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추진할 수 있다. 돈 못 버는 사업부에서 눈칫밥을 먹는 관리팀 고인물은 이른바 정리 대상 1호겠다.
인허가와 인프라를 얕잡아보지 마라
필자도 사업부 분할 투자를 한 지 19년이 다 돼 가는데, 항상 인허가 예측이 제일 어렵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그중에서도 환경 및 안전 관련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요즘 전력 확보·폐기물 처리·안전관리 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다. 대신 관계당국과의 긴밀한 의사소통, 그리고 지방이라면 특히 필요한 인력 혹은 외주 가능한 회사를 반드시 미리 찾아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