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중견 작가 3인의 작품 세계가 펼쳐졌다. 김민애, 백현진, 차재민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전 ‘IMA 픽스 2024’다. 전시회는 3명의 작가가 중견 작가가 되는 동안 일관되게 지켜 온 작품 세계와 예술적 도전에 주목한다. 각 작가에게 한 층을 통째로 내줘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했다.
일민미술관 1층에는 ‘암흑세계’가 펼쳐졌다. 커튼을 열고 들어서면 차재민이 선보이는 30분 길이의 대형 영상 작품을 깜깜한 블랙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영상은 빈집에 놓인 과일, 채소 등 음식이 썩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블랙룸 바깥에는 영상을 찍기 전 구상 단계에서 그린 드로잉을 선보인다. 썩어들어가는 음식의 형태를 브론즈로 변환한 조각도 나왔다.
이번 전시는 2022년 리움미술관의 ‘아트스펙트럼’에서 작가상을 받은 후 처음 선보인 전시다.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인간의 질환, 감정 등 개인이 가진 문제와 어려움으로 관심사가 확장된 차재민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음악가이자 배우로도 알려진 백현진의 ‘회화 세계’는 2층에서 펼쳐진다. 그는 대형 회화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2019년 처음 시작한 추상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주목한 구성이다. 전시관 한쪽 벽을 모두 메운 세로 3m, 가로 27m 크기의 회화 신작이 등장했다. 36점의 회화 조각을 합쳐 대형 작업을 완성했다. 한지 위에 계획 없이 자신의 움직임을 화폭에 기록하듯 그려냈다. 작품 앞에 가까이 다가가면 작가가 어떤 리듬으로 움직이며 그림을 그렸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가장 꼭대기 층에는 김민애의 작품이 전시됐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옥상의 모습을 미술관 안으로 들여왔다.
3단 계단에 관객이 직접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다세대 주택 옥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펌프, 비둘기 등의 오브제가 놓였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부가 되는 미술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서커스를 관람하듯 ‘내려다보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풀어냈다. 한쪽에는 자신의 기존 작업을 해체해 다시 설치한 ‘비밀의 방’도 만들었다. 전시는 오는 11월 17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