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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학파 창업자만 해외에 나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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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나 보면 모두가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창업자나 C레벨들은 한국보다 해외에 더 많이 머무는 사례가 흔하다.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전부터 미국행 비행기표를 끊거나 해외에 팀을 꾸리고 직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 초기 국내 벤처캐피털(VC)도 만나봤지만 대기업 거래 중심의 구조에 한계를 느꼈다”며 “활용할 수 있는 투자금 규모 자체도 달라서 처음부터 미국으로 가야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 다른 AI 스타트업 창업자는 “프리A 투자를 받을 때 스무 곳이 넘는 국내 VC를 만났는데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해외에 나가서 같은 얘기를 했더니 오히려 관심을 더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과거 모바일 시대가 열렸을 때 등장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보통 국내 시장을 먼저 장악한 뒤 해외로 나가는 방식을 썼다. 지금은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해외 진출’이라는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최초 타깃 시장부터 글로벌인 경우가 대다수다. 국내 플랫폼 시장은 이미 포화됐고 AI 등 기술엔 국경이 없다. 시장 규모가 큰 해외를 놔두고 국내 시장에만 집중하는 곳은 더 이상 투자사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물론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채 해외로 돌진했다가 깨지고 돌아오는 곳도 많다. 해외 시장을 파악하지 않고 현지 투자자를 설득할 만한 기술력이나 사업 모델 없이 비행기표부터 끊은 팀들이다.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좋은 레퍼런스를 먼저 쌓고 싶었지만 투자사가 압박해 일단 해외 사무소부터 열었다”고 했다.

어디서부터 해외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함을 느끼는 스타트업도 많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우리는 창업팀이 모두 국내파”라며 “언어부터 비즈니스 방식까지 걱정거리”라고 토로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외 박람회 참가를 지원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발성이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사절단으로 며칠 가서 둘러본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창업가들을 현지에 모아 3~6개월 시간을 두고 커뮤니티 빌딩을 시켜주는 게 낫다”고 했다. 지금은 해외파 창업자만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는 웃지 못할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스타트업 중 글로벌에서 크게 이름 날린 곳은 아쉽게도 아직 없다. 플랫폼 유니콘 기업은 대부분 해외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규 스타트업들이 초기부터 글로벌 문을 두드리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이들의 막막함과 경험 부족을 뒤에서 단단하게 받쳐줄 정책이 필요하다. 해외 기업과의 연결 같은 일은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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