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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여왕 팔찌부터 나폴레옹 브로치까지…'휘황찬란' 보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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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일상에 주얼리를 전파한 인물은 누구일까. 보석 전문학자들은 한목소리로 19세기 영국의 ‘패션 아이콘’ 빅토리아 여왕을 꼽는다. 산업혁명으로 재산을 모은 부유층은 빅토리아 여왕의 주얼리를 따라서 착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붉은 가넷이 유행한 이유도 빅토리아 여왕이 자주 선보였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직접 고른 팔찌를 포함해 나폴레옹이 자신의 정치 선전을 위해 사용한 카메오까지 세계 이름난 보석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지구촌 주얼리 컬렉터 시장을 주름잡는 카즈미 아리카와가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자신의 수집품을 공개했다. 아리카와는 지난 40여 년간 6600억원어치에 달하는 보석을 수집했다. 그의 보석들은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영국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뮤지엄(V&A)에 기증돼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롯데뮤지엄에서 오는 12월 6일 개막하는 ‘디 아트 오브 주얼리(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시회에서는 ‘세계 최대 보석 수집가’ 아리카와의 주얼리 컬렉션을 확인할 수 있다. 200점이 넘는 주얼리가 전시된다. 현대 미술관에서 아리카와의 주얼리가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아리카와는 스물여섯 살에 승려가 되고자 절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불교 장식을 접하며 보석과 조각의 세계에 눈을 떴다. 아리카와는 2년 만에 절에서 나와 어머니가 운영하던 보석 소매업을 도우며 ‘보석 인생’을 시작했다. 그가 보석 수집에 나선 것은 30대 초반이었다. 우연히 찾아간 영국 런던의 V&A 뮤지엄 주얼리 갤러리에서 인생을 바꿀 만큼의 감동을 얻은 것. 그 이후 보석 수집에 열을 올렸다. 40년간 170여 개를 모을 정도로 보석 왕관 수집에 빠진 아리카와는 ‘혼자의 힘으로 티아라의 가치를 급등시킨 인물’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 건축가 쿠마 켄고가 전시 디자인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켄고는 관객이 다른 방해 요소 없이 주얼리의 아름다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어둡게 연출했다. 또 오직 패브릭만 사용해 배경을 설치했다. 유약한 천과 단단한 보석 사이 물성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연출이다.

전시를 통해서는 아리카와가 강조한 ‘예술로서의 주얼리’를 조명한다. 주얼리가 치장의 도구를 넘어 정치, 경제, 예술 등 그 시대상이 담긴 인류의 유산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기원전부터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200여 점의 주얼리는 저마다 흥미로운 사연을 갖고 있다. 이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세계사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다. 나폴레옹의 카메오가 그렇고,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팔찌와 귀걸이들이 그렇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딸인 앙굴렘 공작의 보석 장인이 만든 팔찌 이야기도 재밌다.

전시에서 주목할 작품 가운데는 십자가 주얼리 조각 ‘크로스(CROSS)’도 있다. 작품엔 예수가 죽음을 맞이한 성 십자가의 나뭇조각이 담겨 있다. ‘보석 조각의 라파엘로’로 불린 르네상스의 거장 발레리오 벨리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 세계에 단 세 점만 남아 있어 더욱 희소성이 높다. 벨리의 십자가 중 한 점은 V&A가, 한 점은 바티칸의 사크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나머지 한 점이 이번 전시에 나온다. 크로스가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이 밖에 기원전 330년에 만들어진 올리브 황금 왕관,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의 보석 컬렉션,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보석 세트 등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한 역사 속 주얼리들이 전시된다. 10월 18일부터 얼리버드 예매를 시작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6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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