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수술한다. 이명박 시장 시절인 2004년 도입 이후 20년 만이다. 운송수지 적자분 전액을 보전하던 사후정산 방식을 미리 정한 상한선 내에서 보전하는 사전확정 방식으로 바꿔 시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준공영제를 악용한 투기성 자본의 ‘먹튀’를 원천 차단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올해 안에 관련 조례를 개정해 내년부터 혁신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업체의 적자를 메워주는 대신 업체는 취약지역 노선을 유지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준공영제 시행으로 쇠락의 길을 걷던 버스는 지하철과 함께 대중교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재정 적자가 누적됐다. 서울시 재정 지원 규모는 2014년 2500여억원에서 지난해 8900여억원으로 늘어났다. 적자 걱정 없이 고정 수입을 보장해주다 보니 임원 고임금과 방만한 경영 등 ‘도덕적 해이’가 퍼진 데다, 이런 허점을 노린 투기성 자본도 대거 유입됐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 65개 중 9.2%가 사모펀드 소유다. 이들 중 일부는 차고지 등을 팔아 차익을 배당하면서 먹튀 논란을 키웠다.
버스 운영 업체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이라는 비난과 함께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할 바에는 완전 공영제가 낫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서울시가 칼을 빼든 것이다. 준공영제 시행 기간 쌓인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지만 대증 처방에 머무는 것은 아쉽다. 준공영제가 출발하면서 버스업체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지난 20년간 별다른 변화 없이 아직도 65개 업체를 유지하는 게 현실이다. 지속적으로 하위권으로 평가받는 업체는 과감히 퇴출하고, 우량 업체로의 자발적 인수합병(M&A)을 유도해 대형화·효율화하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 차고지, 정비 시설 등 흩어져 있는 운영 인프라 집중화를 통한 비용 절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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