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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4일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초대형 배터리가 개발됐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기업 폼에너지는 최근 전력망에 100시간 연속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초대형 배터리를 개발했다. 기존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여러 개의 중형 배터리 모듈들을 묶어 더 큰 배터리 시스템을 만들고, 각각의 모듈이 일정 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반면 폼에너지가 이번에 상용화에 성공한 배터리는 하나의 초대형 배터리 안에 여러 셀과 모듈이 포함된 구조다. 단일 초대형 배터리를 컨테이너와 비슷한 형태의 외함에 설치한다. 폼에너지 측은 "배터리 외함 20개는 750가구가 쓸 수 있는 1메가와트(MW)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력망에 연결된 ESS 배터리의 방전 수명이 4시간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폼에너지 배터리는 25배나 더 오래 지속된다. 또한 폼에너지 배터리는 리튬이온 기반의 기존 배터리와 달리 철과 공기를 사용한다. 방전 시 배터리 셀 내부의 철이 산소와 반응해 산화철(녹)을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원리다. 충전 시 이 과정이 역으로 진행돼 철과 산소가 분리된다. 폼에너지 측은 "배터리가 숨을 쉰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공장은 웨스트버지니아의 철강 공장 부지에 건설됐다. 내년부터 콜로라도, 버지니아 등에 여러 발전소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폼에너지의 성공 사례는 전력망이 대대적으로 개편돼야 하는 시기에 이룬 것"이라며 "새로 건설된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로 인해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밀턴 등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블랙아웃이 반복됨에 따라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도 폼에너지 기술력과 타이밍에 베팅하고 있다. 폼에너지는 최근 4억500만 달러 펀딩라운드를 끝으로 현재까지 총 12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올해 클린테크 분야의 자금 조달 규모가 전년 대비 약 50% 감소했다는 블룸버그NEF 자료와 대비되는 흥행이다. 다만 폼에너지 배터리의 단점은 충전 시간이다. 해당 배터리는 100시간 동안 방전할 수 있는 것처럼 충전에도 100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