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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애니, 보육원 고아와 뉴욕 갑부의 가슴 훈훈한 가족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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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읽어준 숱한 동화책이 이 문장으로 이야기를 끝맺었다. 어른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심심하고 밋밋한 결말일 수도 있지만,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책 표지를 덮고 마음 편안히 잠들 수 있게 하는 마법 같은 문장이다.

뮤지컬 ‘애니’도 이런 시절 동화책을 읽는 듯한 아늑함이 느껴지는 공연이다. 작품은 해럴드 그레이의 소설 <작은 고아 소녀 애니>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은 보육원에서 평생 살아온 애니. 갓난아기 시절 보육원 문 앞에서 발견된 아이다. 애니가 가진 부모님의 흔적은 두 가지다. 언젠가 꼭 다시 찾으러 오겠다는 약속이 담긴 편지와 다시 재회했을 때 서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반으로 나눠진 목걸이다. 애니는 언젠가 부모님이 다시 자신을 찾으러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애니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이 도착한다. 당시 뉴욕 최고의 갑부 올리버 워벅스가 보육원 아이 한 명을 자신의 저택에 2주간 초대하는 이벤트에 뽑히게 된 것. 유능하고 부유하지만 가족의 사랑을 잊고 살아온 워벅스는 애니를 보며 자기 딸을 바라보는 듯한 사랑을 느끼고, 애니는 처음으로 가족의 존재를 경험한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교과서적인 작품이다. 마치 한 동화책을 무대로 올린 듯 뚜렷한 기승전결이 펼쳐지고 전형적인 해피엔딩 결말을 맞는다. 그 안에 가족, 사랑, 희망 등 가슴 따뜻해지는 교훈도 녹아있다. 복잡한 플롯이나 반전은 없지만, 등을 젖히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따뜻한 뮤지컬이다.

‘애니’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에는 아이들의 역할도 크다. 주인공 애니의 보육원 친구로 등장하는 10명의 아이가 텀블링을 하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노래하는 모습에 순수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애니의 친구 샌디로 등장하는 강아지도 짧게 등장하지만,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불릴 만하다. 시끄러운 노래가 나오는 와중에도 얌전히 주인공을 따라다니다가도, 뒷발로 귀를 벅벅 긁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귀여워 ‘애니’라는 작품의 매력을 키운다.

편안하고 귀여운 뮤지컬. 성인 관객보다는 어린 자녀에게 뮤지컬을 처음 소개해주고 싶은 부모님에게 추천한다. 공연은 10월 31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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