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파격과 혁신으로 세계 기술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혁신기술만이 미래를 여는 유일한 열쇠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경기 성남 삼평동에 있는 ‘한화 판교 R&D(연구개발)캠퍼스’를 22일 찾아 이같이 말했다. 한화비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정밀기계, 한화파워시스템, 비전넥스트 등 그룹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곳에서 5개월 만의 ‘현장 경영’을 이어갔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한 바 있다.
김 회장은 김동선 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부사장)과 함께 한화비전, 한화정밀기계 연구실 등을 두루 살폈다. 김 부사장은 한화비전의 글로벌 시장 전략을 짜고, 회사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맡았다.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장비 제조 R&D실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 장비를 시연했다. 이 회사는 SK하이닉스에 납품하기 위해 품질 검증(퀄 테스트) 절차를 밟고 있다. TC본더는 열압착을 통해 수직으로 쌓은 D램을 부착하는 장비다. HBM 수율(양품 비율)을 결정짓는 핵심 장비로 꼽힌다. 현재까진 한미반도체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김 회장은 임직원에게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첨단기술 혁신을 견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 산업”이라며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화정밀기계는 이날 2030년 글로벌 ‘톱10’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는 8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인적분할돼 지난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각 사업을 전문적으로 키우기 위한 조치다. 김 회장의 이번 행보는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 상장된 이후 이뤄진 현장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회장은 기술 현장을 점검한 뒤 구내식당에서 20, 30대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현장 목소리를 들은 김 회장은 “오늘 기술 개발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우리가 꿈꾸는 의미 있는 결실이 곧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