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공정성 관점에서 국민연금 수급자들의 연금 수령액 증가 속도를 늦추는 '자동조정장치'의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는 국책연구원의 의견이 제시됐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자동조정장치를 발동해 재정균형을 달성한 뒤 빠르게 종료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부연금개혁안 평가와 다층노후소득보장' 세미나에서 "세대 간 공정성이 연금개혁의 주요 화두"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국민연금연구원과 보험연구원, 한국연금학회 공동 주최로 열렸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정부가 지난 9월 제시한 연금개혁안에 대해선 대체로 '합격점'을 줬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해 "보험료율 13%로의 인상은 수지 균형 수준(15~20%)에는 미치지 못하나 1단계 인상한으로 적절하다"며 "소득대체율을 42%수준에서 멈추는 안은 기존의 인상 대 유지의 대립 구도에서 적절한 방안"이라 평가했다.
다만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있어선 의견이 엇갈렸다. 성 연구위원은 "2007년 2차 연금개혁 당시 상승시켜야 했던 보험료(13%)에 대한 누적분이 2024년 현재까지 쌓인 상황"이라며 "2007년 당시 27세였던 1980년생 이전 출생자가 부담했어야 할 4%의 보험료율이 17년 간 누적된 것"이라 지적했다.
성 연구위원은 "후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조정장치를 조기에 발동해 재정 균형을 달성하고 빠르게 종료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하다"며 "다만 소득 대체율의 하한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도 창설 이후 몇년이 경과한 시점에 도입할 것인가와 같은 타 국가와의 비교는 압축적 고령화를 겪고 있고, 보험료율 인상 시기를 놓친 한국의 상황에선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 위원장은 "수지 불균형이 큰 상황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며 일정 수준의 재정 안정화가 이루어진 후에 도입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 연구위원은 "자동조정장치 발동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액이 물가상승에 미치지 못하게 인상되는 것을 기초연금이 보완할 수 있다"며 "기초연금을 수급하지 않는 국민연금 수급자들에겐 연금소득세 공제 인상, 건강보험료 공제 인상 등의 조치를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