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이 증권·금융·암호화폐 등 경제 사범을 엄단하기 위해 ‘열공 모드’에 들어갔다. 대형 로펌들은 증권 범죄 수사에 정통한 전관 변호사를 앞세워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檢, 경제 범죄 수사 역량 키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부지검은 검찰과 수사관의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월 1~2회 금융증권범죄 수사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적용 범위, 불공정거래행위, 사모펀드 이용 범죄, 가상자산 관련 범죄 등이 주요 주제다.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업하고 학계 및 실무가와 교류해 범죄 대응 역량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검찰 내부에선 금융·증권 등 경제 범죄 관련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금감원 파견 근무가 ‘인기 보직’으로 손꼽힌다. 과거 공안이나 반부패부를 선호하던 것과 달리 최근엔 자본시장법과 관련된 경력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 복원 이후 남부지검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지난 5월 인사 당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출신 김종우 2차장, 이희동 1차장 등이 대거 중용됐다.
합수단 재출범 이후 남부지검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최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한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BTS 입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한 전 하이브 직원을 재판에 넘겼다. 합수단이 재출범한 2022년 5월부터 올 8월까지 구속기소 128명, 추징보전 2조6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합수단 폐지 기간(2020년 1월~2022년 4월) 대비 각각 3배,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대형 로펌 檢 전관 영입 ‘전쟁’
대형 로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4년간 주요 5개 로펌이 영입한 검사 출신은 71명으로 판사 출신(44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2020년 12명이던 검사 출신 영입이 지난해 23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김앤장에서는 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를 거친 이선욱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와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지낸 이준식 변호사(28기)가 자본시장법 전문가로 꼽힌다. 태평양의 정수봉 변호사(25기)는 초대 대검 사이버범죄수사단장을 지냈으며, 김정환 변호사(33기)는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부장을 거쳤다. 광장의 박광배 변호사(29기)는 남부지검 증권금융범죄합수단장을 지냈고, 정수진 변호사(32기)는 다수의 공정거래 사건을 수행했다.
율촌에는 검찰 내 금융통으로 알려진 김수현 변호사(30기)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건을 수사한 김락현 변호사(33기)가 포진해 있다. 세종의 이정환 변호사(29기)는 대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에서 일했고,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출신 김민형 변호사(31기)는 김범수 위원장의 소환조사 대응을 담당했다.
증권·금융 전문성이 있는 화우의 이선봉 변호사(27기)는 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장검사 출신이고, 김영기 변호사(30기)는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냈다.
권용훈/박시온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