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서남쪽으로 약 470㎞ 떨어진 항구 도시 예테보리. 스웨덴의 통합 국책 연구기관인 RISE는 이곳에서 SSPA마리타임이라는 해양 솔루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85년 차다.
테마파크처럼 긴 터널과 사다리처럼 가파른 계단을 지나면 플룸 라이드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 나타난다. 125명이 넘는 연구진이 수력학을 연구하기 위해 대형 수조 위에 유유자적 떠 있는 소형 선박을 활용하는 공간이다. 지난달 예테보리에서 만난 라르스 구스타프손 SSPA 영업장은 “조선업 강국이던 스웨덴은 이제 조선·해운의 지속 가능성과 회복력 있는 미래 해양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하는 산실”이라고 말했다.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은 20세기 조선업을 주름잡았다. 하지만 1990년 무렵 한국 일본 등 신흥 강자에 밀려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2002년엔 조선사 코쿰스가 최남단 항구 도시 말뫼에서 운영하던 조선소의 크레인을 단돈 1달러를 받고 현대중공업에 팔아넘기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당시 분해된 코쿰스 크레인이 배에 실려 스웨덴을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슬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고, 이는 ‘말뫼의 눈물’로 불리며 스웨덴 조선업의 쇠퇴를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그 이후 스웨덴은 절치부심했다. ‘제조업 기반은 내줬지만, 미래 해양 기술을 연구하는 세계의 두뇌가 되겠다’는 판단에서다.
그 중심엔 수력학, 해운, 선박 디지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SSPA가 있다. 최근 SSPA의 최대 관심사는 선박 위에 최신식 닻을 설치한 뒤 세찬 해상 바람을 이용해 연료를 절감하는 효과를 연구하는 풍력 추진 선박이다. 해상부유식 소형모듈원전(SMR)도 연구 과제 중 하나다.
소피아 베르너 책임연구원은 “현재까지 총 30대가량의 풍력 추진 선박이 건조됐고, 대부분이 SSPA의 연구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예테보리=김리안 기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보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