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임영웅, 하츄핑. 지난 9월 한 달을 아우르는 키워드다.
올해 9월 한국 영화 전체 관객 수와 매출액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추석을 앞두고 개봉해 2주 동안 매출과 관객 수를 끌어올렸고, 상암벌 콘서트 실황을 개봉한 임영웅과 국산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이 관객들을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발표한 9월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극장의 전체 매출액은 1001억원, 관객 수는 1011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 영화의 매출액은 810억원, 관객 수가 812만명으로 올해 처음으로 한국 영화 점유율 80%를 돌파했다. 연중 최고치에 해당하는 이 기록은 '베테랑2'를 통해서였다. 올 추석 연휴 텐트폴로서는 단독 개봉한 이 영화는 2주 동안 매출 625억원, 관객 수 649만명을 모았다.
당시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어 '베테랑2'의 흥행은 예상이 가능했다. 지난해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 등이 경쟁을 벌였으나 올해엔 '베테랑2'가 유일한 대작 영화였고, 개봉일 기준 71%에 달하는 상영점유율 기록했다.
외화 영화가 크게 흥행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9월 외화 매출액은 전월 대비 56% 이상 감소하며 부진이 이어졌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포함해서 9월 외화 중 매출액 50억원, 관객 수 50만명을 넘는 작품이 없었다.
'인사이드 아웃2'가 개봉됐던 6월 이후로 외국 영화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9월까지 '인사이드 아웃2'와 '웡카'만이 300억원의 매출액과 300만명의 관객 수를 넘겼을 뿐이다.
가수 임영웅도 9월 영화계에 신기록을 세웠다. 팬데믹 이후 공연 실황 영화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임영웅의 두 번째 콘서트 실황 영화 '임영웅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누적 매출액 87억원 (누적 관객 수 31만명)으로 공연 실황 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임영웅 영화가 관객 수 대비 매출액이 월등히 높은 이유는 특수 상영 때문이다. 공연 실황 영화 특성상 특수 상영에 특화돼있고, 이 영화 역시 누적 매출액에서 IMAX와 Screen X 매출의 비중이 66.1%에 달했다.
특수 상영은 일반 상영보다 티켓 가격이 비싸고 통신사 할인 등 부가적인 가격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해당 영화의 평균 관람 요금이 2만8108원으로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31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영진위 측은 "'영웅시대' 팬덤을 대상으로 한 기획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며 "기존의 공연 실황 영화가 10~30대 젊은 관객층 중심이었다면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50대 이상 관객 비중이 높아 특별관 이용 관객층이 중년층까지 확장된 사례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산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도 새로운 기록을 올렸다. 이달까지 103억원의 누적 매출액 (누적 관객 수 115만명)으로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2위에 이름을 새겼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백만 명의 관객을 돌파한 것은 그간 2위의 자리를 지켰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2012)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자녀 동반 관객 비중이 높은 영화라는 점에서 팬데믹 이후 가족 단위 관객이 증가했음을 알려주는 사례 중 하나로도 볼 수 있다.
9월은 중국의 청춘 로맨스 '소년시절의 너'(2020), 10년 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비긴 어게인' 등이 재개봉하면서 각각 252개, 213개라는 꽤 높은 비중의 스크린 수를 확보하며 나름의 흥행을 올렸다.
재개봉작 사이에서도 웰메이드 한국 독립·예술영화들에 대한 고무적인 평가가 돋보였다. 박스오피스 3위부터 6위까지 나란히 한국 독립· 예술영화들이 올랐다. 영화제 수상작이 흥행했던 상반기를 지나 가을 시즌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한국이 싫어서', '장손', '그녀에게', '딸에 대해' 등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한국 장편 극영화들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9월 한국, 외국 영화를 포함한 전체 누적 매출액은 9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누적 관객 수는 9685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3.1% 정도 소폭 증가했다. 영진위는 관객 수 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원인으로는 특수 상영을 앞세운 외화가 흥행하지 못하면서 매출액이 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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