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값이 내려가더라도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내용이 국토교통부 간담회에 나온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최근 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중국산 저가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겠다고 해 논란이 예상된다. 억지 논리로 시멘트 업계를 겁박해 국가기간산업 붕괴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토부의 시멘트 수입·비축 방안 관련 공공기관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시멘트 수입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와 주택가격의 영향은 적은 반면 민간 건설생태계 개입 등에 따른 업계 반발과 논란이 우려된다”고 보고했다. 이 간담회는 지난 8월 국토부가 시멘트 수입을 위해 LH,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각 공공기관의 의견을 듣기 위한 만들어진 자리다.
정부는 최근 급등한 시멘트 가격을 잡기 위해 수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내 시멘트 업계가 2021년 t당 7만8800원에서 지난해 11만2000원으로 3년 새 40% 넘게 가격을 올리자 나온 대책이다. 하지만 LH가 시멘트 수입은 효과가 없다는 보고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 정책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LH 보고자료를 보면 주택공사비 중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0.8%에 그친다. LH는 “시멘트 가격 10% 절감 시 주택 건설공사비는 0.08%밖에 안 떨어진다”고 했다. 전용 59㎡(25평) 한 호당 공사비에 2억5000만원이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시멘트 가격 10% 내려가면 공사비 20만원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건설물가의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멘트 가격 인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수입 시멘트 수입·비축을 통한 건설물가 안정화는 종합적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논리는 그동안 시멘트 업계에서 펴던 주장인데, LH도 인정한 것이다.
문건에는 수입 시멘트가 결과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담겼다. LH는 “현지 생산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물류비, 관세 추가 고려 시 국내 생산 가격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돼 효율적인 관리를 통한 인하방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실제로 국내 한 시멘트 제조사 공시를 보면 국산 시멘트는 t당 11만2000원대의 공식 단가가 아니라 훨씬 낮은 가격(약 9만6082원)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산 시멘트 예상 수입 가격이 t당 9만54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현장에서 구매하는 수량에 따라 할인이 적용되는 곳이 있어 공식 단가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지난 2일 발표한 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해외 시멘트 수입을 지원책을 담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LH가 일방적으로 만든 문건이고, 수입 시멘트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보다 시장 정상화 기능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시멘트가 국내 시장에서 가격조정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수입이란 선택지를 도입해 정상화의 시발점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용갑 의원은 “정부가 중국산 시멘트 수입에 따른 건설비 가격 인하 효과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강행하고 있다”며 “시멘트 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인 만큼보다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형창/유오상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