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회복하려면 10조위안(약 1916조원) 이상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 재정부 싱크탱크인 재정과학연구원의 류상시 원장은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중국 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면서 "10조위안 경기부양책이 실현되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의 주장은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가 지난 8일과 12일 연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중국 당국이 그동안 부채 증가를 우려한 신중한 정책을 펴왔지만, 이젠 국내 수요 확대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부채를 늘리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 새 부채와 적자 증가를 우려한 재정억제 정책을 펴왔던 중국 지도부가 중국 당국이 그동안 부채 증가를 우려한 신중한 정책을 펴왔지만, 이젠 국내 수요 확대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부채를 늘리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걸 짚은 대목이다.
지난해 5.2%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올해 역시 작년과 동일한 '5% 내외'의 성장률 목표를 잡았다. 올해 1분기 5.3% 성장률로 시작한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투자·외국인직접투자(FDI) 위축으로 2분기에는 4.7%로 꺾였다. 3분기 성장률은 4.6%로 그보다도 낮았다.
따라서 5%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 지도부에 비상이 걸렸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정부 부채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이전과는 달리 부채 증가를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고 부연했다.
앞선 12일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은 "중앙 정부는 부채를 늘릴 수 있는 상대적으로 큰 여지를 갖고 있다"면서 경기부양책 마련에 동원된 국유은행 지원용 특별 국채와 지방 정부 유휴 토지와 미분양 주택 매입용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류 원장은 "중국 당국이 이전엔 부채에 대해 매우 신중했으나, 이제는 적자와 부채에 대한 태세 전환을 하고 있다"며 "중앙 정부 부채는 늘리되 지방정부 부채는 줄이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의 경우 미국과 일본은 각각 130%와 260%이고 중국은 100% 수준이다. 중국 당국이 재정 적자율의 경우 3%를 경고선으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고 증상이 심각하면 고용량의 약을 먹어야 낫는다"고 꼬집었다.
류 원장은 또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중국 내 중소기업 어려움은 커지고 상장기업들의 재정적 손실이 불어나고 있으며 수출기업들은 매출 증가 속 이익 감소라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4분기에 급락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 당국이 2008년엔 4조위안(약 766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산업의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번에는 내수 확대에 중점을 둔 10조위안 이상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