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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의회가 해외에서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갖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인권 단체는 성소수자 커플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상원의회는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찬성 84표, 반대 58표로 최종 승인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강경우파 성향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해 하원을 통과한 바 있다.
이번 법안은 대리모가 합법인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출산을 위해 떠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2년의 징역 또는 최대 100만유로(약 14억8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2004년부터 이탈리아에서는 대리모 금지 조치가 시행됐지만 해외 출산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라비니아 메누니 FdI 상원의원은 이날 의회 토론에서 "모성은 절대적으로 고유하며 대리할 수 없는 우리 문명의 근간"이라며 "대리모 관광을 뿌리 뽑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통적 가족 가치를 강조하는 멜로니 총리가 2022년 집권한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동성 커플이 법적 부모가 되는 것을 제한하는 등 보수적 사회 의제를 추진해 왔다.
이에 반발하는 인권 단체의 목소리도 거세다. 법안 통과 전날 시위대는 상원 근처에 모여 "이탈리아의 급격한 출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항의했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인 프랑코 그릴리니는 로이터통신에 "아기를 낳으면 훈장을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성소수자 가족을 지원하는 조직인 레인보우패밀리의 알레시아 크로치니 회장은 이 법이 동성 커플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리모를 이용하는 이탈리아인의 90%가 이성 커플이지만 대부분 비밀리로 진행해 발각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동성 커플은 이를 숨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