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품업계에서 원자재값 상승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내 최대 스낵기업인 펩시코가 되레 용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영 방침을 세워 관심을 모으고 있다.
레이스, 도리토스 등의 스낵 브랜드를 보유한 펩시코는 슈링크플레이션에 지친 소비자들을 붙들기 위해 일부 스낵에 더 많은 칩을 넣을 예정이라고 CNN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슈링크플레이션에 불만을 품고 더 저렴한 대안을 선택하거나 아예 구매를 중단해 버리는 흐름에 대처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주요 칩 브랜드의 용량을 지난 몇 년간 줄여온 방향을 뒤바꾸는 방침이란 얘기다.
소비자 보호 관련 변호사이자 웹사이트 '컨슈머 월드'의 창립자인 에드가 드워스키는 지난 2021년 펩시코 스낵 토스티토스의 '구아카몰의 힌트' 버전이 12온스에서 11온스로, '힌트 오브 라임'이 13온스에서 11온스로 줄어든 것을 발견한 바 있다. 드워스키 변호사는 펩시코의 이번 조치에 대해 "마침내 할 때가 됐다"며 "칩 애호가들은 오랜 기간 슈링크플레이션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로버트 모스코우 TD코웬 애널리스트는 펩시코는 미국에서 가장 큰 짭짤한 스낵 제조업체이며, 경쟁업체들도 펩시코를 따라 제품 크기를 늘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펩시코가 이러한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스낵 구매를 줄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스낵을 구매할 때 토스티토스와 같은 고가 브랜드 대신 월마트나 코스트코와 같은 소매업체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미국 내 스낵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펩시코의 경우 지난 분기 스낵 판매량은 1.5% 줄었다. 스낵 가격은 주요 소매점에서 다른 품목들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 짭짤한 스낵의 온스당 가격이 2020년 대비 36% 오른 가운데 전체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21%였다.
미국 내 정치적 압박도 이번 경정의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최근 몇 년간 소비자와 정치인들은 제품의 크기를 줄이면서 가격을 올리는 회사들을 압박해 왔다. 여기엔 조 바이든 대통령도 포함돼 있다.
다른 회사들도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도미노피자는 지난달 '모어플레이션'이라는 한정 프로모션을 선보였습니다. 온라인 고객이 두가지 토핑을 얹은 두 개 이상의 레귤러 사이즈 피자를 주문하면, 그중 하나를 라지 사이즈로 무료 업그레이드해주는 행사다. 도미노의 샨디프 레디 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들은 슈링크플레이션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펩시코는 16일 나스닥시장에서 0.81%(1.42달러) 내린 174.48 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 7월9일 161.9달러에 바닥을 치고 상승궤적을 탔다. 펩시코 라몬 라과르타 최고경영자(CEO)는 "미식축구 시즌에 접어들면서 모임이 많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송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