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새 매출 10배 늘었다
최재호 리멤버앤컴퍼니 대표(사진)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3분기 매출이 500억원을 돌파했다”며 “연간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몇 년 전만 해도 수억원 수준(2019년 3억원)의 연 매출을 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2013년 최 대표가 창업한 리멤버는 공짜 명함 앱으로 이름을 알리며 45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모았다. 하지만 더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2015년), 컬리(2015년) 등이 일찌감치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것과 달리 리멤버의 성장 속도는 더뎠다. 누적 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지만 덩치만 컸지 돈을 벌진 못한다는 평가를 오래 받았다.
최 대표는 “이전까지는 회원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이젠 폭발적으로 성장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리멤버는 지난해 매출 396억원, 영업손실 21억원을 냈다. 전년(매출 156억원·영업손실 136억원)보다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기업용 채용 솔루션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수시 경력 채용 문화가 퍼지고 기업들이 먼저 인재를 찾아 나서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크게 열렸다. 지금까지 700만 건의 스카우트 제안이 리멤버 안에서 오갔다. 가입자 450만 명이 인재 풀이 됐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적용해 고도화한 헤드헌팅 서비스도 호응을 얻으면서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다.
○리서치·금융으로 사업 확장
그동안 리멤버는 수익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초기엔 대량의 명함을 대신 촬영해 정보를 사용자 계정에 넣어주는 유료 서비스를 운영했다. 100장당 2만원을 받았지만 이용자가 적었다. 명함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맥을 소개하는 인맥 라운지, 비즈니스 채팅, 선물 주고받기 등도 시도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2022년 채용 비즈니스로 방향을 잡고 채용 관련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할 때는 시장의 우려가 컸다. 2021년 유치한 투자금 1600억원으로 신입 채용 플랫폼 자소설닷컴, 외국계 채용 플랫폼 슈퍼루키, 전문가 네트워크 기업 이안손컴퍼니 등을 연달아 사들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엔 돈도 못 버는 기업이 저 회사들을 인수하는 게 맞냐는 시각이 있었다”며 “지금 돌아보면 급변하는 채용 트렌드에 제대로 대비했다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채용 솔루션으로 1차 수익모델 구축에 성공한 만큼 앞으론 신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새출발을 한다는 의미에서 사명도 기존 드라마앤컴퍼니에서 리멤버앤컴퍼니로 바꿨다. 리서치 사업부터 키운다. 정교한 시장 조사를 하려는 기업이 고객이다.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 최고경영자(CEO) 500명, 대형병원 의사 100명처럼 직군을 세부적으로 설정해 리서치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엔 하나카드와 억대 연봉 직장인을 위한 프리미엄 신용카드 ‘리멤버 블랙’을 출시했다. 리멤버 관계자는 “은행, 증권사와 연계해 고연봉자 대상 금융 상품을 소개하는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