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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당잔치 하던 새마을금고…조합원 돈으로 부실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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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가 조합원에게 받는 출자금의 최소 금액을 2년 만에 50% 넘게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늪에 빠진 새마을금고가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출자금을 대폭 인상한 것이다. 부실 경영에 따른 책임을 애먼 조합원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282개 새마을금고의 출자금 1좌 평균 금액은 6만1626원(지난달 말 기준)이었다. 2022년 말 3만9927원에서 약 2년 만에 54.3% 급증했다.

출자금 1좌 금액은 말 그대로 새마을금고 조합원이 되기 위한 최소 금액이다. 사실상 반의무적으로 출자금을 낸다. 새마을금고의 예·적금 이자소득세(15.4%) 비과세 혜택 등을 받으려면 출자 조합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대규모 적자를 내며 경영난에 휩싸이자 부랴부랴 출자금 인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고 이사장 등 경영진이 무리한 대출로 부실을 키워놓고 개인 고객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과세 인질로 출자금 인상, 평균 6만원 넘어…2년새 54%↑
미납입 땐 조합원 혜택 박탈…울며 겨자먹기로 추가 납입
A금고는 지난해 출자금 1좌 금액을 2만원에서 20만원으로 10배 높였다. 그로부터 1년 만인 올해 출자금 1좌 금액을 5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인상했다. A금고는 조합원들에게 “내년 2월까지 출자금을 추가 입금하지 않으면 조합원 자격이 박탈돼 세금 우대를 받을 수 없다”고 안내했다. 이 금고의 조합원 B씨는 “출자금이 오른 건 부담스럽지만 예·적금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추가 납입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최소 출자금 50%↑
최근 출자금 1좌 금액을 대폭 올리는 단위 금고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에 따른 대규모 적자로 새마을금고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하자 출자금을 높여 자본을 확충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일선 현장에선 금고 임직원들이 예·적금 비과세 혜택을 볼모로 삼아 조합원에게 출자금 추가 납입을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자금 1좌 금액이 30만원 이상인 단위 금고는 지난달 말 32곳에 달했다. 출자금 1좌 금액이 10만원 이상~30만원 미만인 금고 수는 283곳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출자금 1좌 금액이 30만원 이상인 금고는 12곳, 10만원 이상~30만원 미만인 금고는 138곳에 불과했다. 출자금 1좌 금액이 10만원 이상인 금고 수가 2년도 채 안 돼 두 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전국 1282개 새마을금고의 출자금 1좌 평균 금액은 2022년 말 3만9927원에서 지난달 말 6만1626원으로 54.3% 급증했다. 출자금 1좌 금액이 오르면서 소액 출자자는 모자란 금액을 채워 넣어야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새마을금고의 적자 규모가 불어나며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자 단위 금고들이 출자금 인상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새마을금고는 올 상반기 1조20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였다. 새마을금고의 순자본비율은 올해 상반기 8.21%로 전년 말 대비 0.39%포인트 하락했다. 개별 단위 금고 중에는 순자본비율이 법정 최소비율(4%)을 밑돌거나 경영 개선 조치를 받은 곳도 속출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자본은 자본금(출자금)과 잉여금(이익을 필요한 곳에 모두 사용하고 남은 금액)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새마을금고가 순이익의 다섯 배가 넘는 5000억원에 가까운 ‘배당 잔치’를 벌이면서 잉여금이 많이 감소했다. 단기간에 자본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출자금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부실 경영 책임 전가” 비판
새마을금고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건 이사장 등 경영진의 무리한 대출 탓이다. 하지만 부실 경영에 따른 책임은 출자금을 내는 조합원 몫으로 남았다.

조합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출자금을 추가 납입해야 할 판이다. 출자금 증액분을 내지 않으면 조합원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고객 중에선 예·적금 비과세 혜택 때문에 출자금 1좌만 납입하는 사례가 많다”며 “출자금을 올리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고 추가 납입하는 고객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 피해 우려
출자금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단위 금고 파산 시 예탁금은 1인당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호하지만, 출자금은 최악의 경우 전액 손실 처리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는 대부분 단위 금고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작년보다 출자금을 더 많이 냈더라도 연말 결산 시 배당을 못 받고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깡통 금고’의 배당 잔치를 지적한 본지 기사 이후 행정안전부는 “손실 금고의 배당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출자금 인상과 관련해 “조합원에게 복지 혜택을 원활하게 제공하고 총회 등 운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라며 “최근 건전성 지표가 일부 악화하긴 했지만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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