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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김홍유의 산업의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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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를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 두 국가론이다. 참으로 어리석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의 역할과 정립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 놓인 국민의 마음이 어떤지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794년 맨체스터상인회는 “영국 해군이 값진 현지 제품을 싣고 지중해로 들어가는 선박을 보호하는 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영국은 목화가 자라지 않으며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며, 또한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모두 수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인은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토지가 필요하고, 그 토지는 원주민한테서 빼앗아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상인은 목화를 재배하는 일에 대량의 노동이 필요하고, 그 노동은 아프리카에서 공급하여 신대륙인 아메리카에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상인은 자신이 만든 제품을 인도나 아프리카, 신대륙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관세로 상대방 정부를 무력화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상인은 자사의 제품이 잘 팔리도록 그 나라의 자급자족 면직산업이 황폐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또한 안정적인 목화를 공급받기 위해 대량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 자금을 회수할 금융산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이 모든 것을 정부에 요구했고, 정부는 상인이 원하는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주었다. 근대 국가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정부의 역할은 상인이 구축한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를 무력으로 철저히 보호하는 일이며, 상인이 계약한 문서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상대국을 강압하는 일이다. 강압 수단에는 군함과 대포, 해군과 육군이 필요했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전쟁자금이 필요했고, 그 전쟁자금을 조달하는 능력이 국가의 순위를 결정했다.

어느 나라가 더 오랫동안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느냐가 번영의 열쇠가 되었다. 사회학자인 찰스 틸리(Charles Tilly)는 “전쟁이 국가를 만들었고 그 국가가 전쟁을 한다”라고 했으며 이언 모리스는 “전쟁은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평화를 만든다”고 했다. 국가는 부국강병의 첫걸음이었던 상인의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된 대포에서 비롯되었다. 최진석 교수는 ‘국가는 무엇인가’에서 “국가의 목표는 단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이다.

부국강병을 이루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국가 단위에서는 배제되어야 한다. 사실 부국강병에서도 ‘부국’이 ‘강병’을 위하는 것인 만큼 국가에는 ‘강병’이 최종 목적지다. 국가가 민족이라는 온정적 감상에 젖어 들면 그 국가는 쇠락한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중국과 북한, 러시아도 민족주의로 움직이지 않는다. 철저한 자국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 연암이 사행길을 떠날 때 민족은 물론 지금의 국가라는 개념도 없었다. 우리에게 국가란 일본 강점기와 해방을 거치면서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요즘같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리는 ‘국가’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들춰봐야 한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말하는 또 다른 한쪽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오물 풍선과 적대적 두 국가 선언으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세습과 독재로 자국의 국민을 핍박하는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우리는 우리를 방어하는 무기체계를 자국 영토에 주둔하는 문제로 이웃 나라에 양해를 구했지만 그 양해는 받아들이지 않고 기업이 철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업을 위해 국가가 무엇을 했는지 자괴감이 드는 부분이다.

가진 자원이라곤 인적자원밖에 없는 우리는 인구 감소가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적은 노동력으로 기업활동을 운영해야 한다. 일부는 대체인력 지원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우리가 지금 해결해야 할 것은 부국강병을 위한 산업보국 정책으로 과거지향적 시각에서 미래지향적 시각으로 전환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 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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