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사용한 만큼만 돈을 내는 ‘로봇 구독’ 시장이 열리고 있다. 로봇 도입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서비스 로봇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봇 솔루션 기업 빅웨이브로보틱스는 14일 서울 한림대성심병원에 사용량 기반 구독형 로봇 서비스(RaaS·Robot as a Service) 모델을 새롭게 적용했다고 밝혔다. 로봇 사용량을 기반으로 한 병원 전용 요금제가 등장한 국내 첫 사례다. 회사 관계자는 “매월 정해진 금액을 내는 할부, 리스 모델과 달리 실제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방식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로봇은 병원을 돌아다니며 환자를 안내하고 약품과 검체 등을 의료진에게 배송한다.
사용량은 로봇이 처리한 명령 건수, 이동 거리 등을 종합해 측정한다. 로봇 관리자는 대시보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도입한 로봇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다른 회사 로봇으로 기종을 바꾸거나 별도의 운영 시나리오를 추가할 수 있다.
그동안 서비스 로봇 수요처들은 억대에 달하는 높은 로봇 가격과 번거로운 유지보수 문제 때문에 도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3년 약정 렌털 모델 등이 있지만 도입 후 현장에 적합하지 않을 때 변경이나 중도 해지가 어렵다는 문제가 컸다. 사용량 기반 구독 모델은 초기 도입 부담을 줄여 서비스 현장에 로봇을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금은 서비스 로봇이 전체 로봇 시장의 7.2%에 불과하지만 구독 모델이 확산하면 이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로봇 플랫폼 기업 인티그리트는 현대백화점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서비스 로봇을 실증했다. 다중 복합시설에서 로봇이 고객과 대화하며 안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로봇이 사용한 데이터 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했다. 또 다른 로봇 업체 클로봇은 기업 간 거래(B2B) 로봇 구독을 위한 RaaS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안내로봇, 배송로봇, 청소로봇을 중심으로 개발해 내년에 본격 구독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공간에 서비스 로봇이 도입되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이 성장한 것처럼 RaaS 시장도 크게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거 로봇 시장은 하드웨어를 제조·판매하는 기업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서비스 로봇의 유지관리와 플랫폼 운영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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