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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택시장, 차분하고 끈기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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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주택시장 전문가 80%가량이 올해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6월엔 80%가량이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전망을 뒤집었다. 정부가 ‘8·8 공급대책’을 내놓고 후속으로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시행하자 전문가의 50%가 집값이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얼마 전 정부 관계자도 “뜨거운 여름은 지났다”며 하락론을 지지하는 듯한 견해를 내비쳤다. 과연 그럴까.

지난 40년간 주택 가격은 대체로 경기와 주택 수급, 금리와 정부 정책 등의 영향을 받아 움직였다. 경기가 좋아지고 금리가 떨어지는데 공급까지 부족하면 집값은 급등세로 돌아섰다. 경기와 금리가 보통 수준이더라도 주택 공급이 상당 수준 부족하면 집값은 오름세를 보였다. 토지 확보와 인허가, 건설 기간 등의 요인으로 수요와 공급 간 5~8년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급이 빠르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요 억제책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그동안 억눌린 집값이 더 큰 폭으로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봤던 현상이다.

많은 전문가가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그 요인을 짚어보면 그런 전망대로 흐르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거시경제 기반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경기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금리는 점차 내려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주택 착공은 연평균 31만 가구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연평균 52만 가구)와 비교하면 매년 21만 가구씩 공급 부족이 누적되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대출 규제로 집값 안정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경험처럼 종합부동산세 같은 강력한 보유세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 15억원 이상 대출 금지 등 강력한 대출 규제의 효과는 2~3개월을 넘기지 않는다. 경제 위기 수준의 경기 악화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최근의 진정 추세가 지속되기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주택 시장도 시장경제의 일부다. 집을 사려는 유효수요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주택의 절대 필요량은 특정 시점의 유효수요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공급의 시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주택 시장 침체기에 필요 물량을 공공에서 보충하고, 시장이 좋은데도 주택 건설이 위축되면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신속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인허가와 착공 감소의 주원인인 브리지론(토지비 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에 대한 확실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시장 회복 등 현안과 관련해 여전히 시장과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아쉬움도 있다.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공직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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