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는 주장을 주민들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대내 매체를 통해서 12일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주권 사수, 안전 수호의 방아쇠는 주저 없이 당겨질 것이다' 제하의 전날 외무성 '긴급 성명' 전문을 이날 1면에 그대로 게재했다. 관영 라디오 중앙방송 역시 같은 성명 내용을 전했다.
북한은 그간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 목소리를 냈지만, 대내 매체에는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5월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로 국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담은 담화를 내놨을 때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전했고, 지난 7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놓고 국경 지역에서 또다시 대북 전단이 발견됐다며 대북 전단 사진을 공개했을 때도 해당 담화와 사진은 대내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다.
전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대남 쓰레기 풍선 추정 물체를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며 "풍향을 고려할 때 풍선이 경기도 북부 및 강원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고,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고 떨어진 풍선을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부양은 지난 5월 말 이후 올해에만 28번째다.
북한은 풍선 부양 소식이 전해지기 1시간 전 '외무성 중대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며 지난 3, 9, 10일 심야에 한국 무인기가 평양에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무인기 평양 침투가 평양 대공 방어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음에도 외무성 성명을 북한 주민에게 공개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내놓은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본격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남한과 연결된 각종 도로·철도를 끊는 각종 통일 지우기 작업을 지속하는 와중에도 통일과 관련한 헌법 조항 수정을 하지 않는 등 제도적 정비를 마무리 짓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두 국가론'을 주민들에게 설득하고 이해를 확보하는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사실 공개는 이런 상황에서 대남 적개심 고취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