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세계 증시가 출렁였다. 원인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로 돈을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이 엔 캐리 트레이드다.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엔화 가치가 치솟았고, 엔 캐리 자금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급히 포지션을 청산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금리>는 현대 경제 시스템의 중추신경과 같은 금리를 설명한 책이다. 책을 쓴 조원경은 기획재정부 국장,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거쳐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 겸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예금부터 채권, 외환, 주식, 부동산, 원자재, 암호화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에 금리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처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저자가 2011년 기재부 대외경제총괄과장일 때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다. 일본인들은 거품 경제 때 싸게 대출해 외화로 사들인 해외 자산을 팔아 엔화로 바꿨다. 바꾼 엔화를 재건에 사용하면서 엔화 가치가 올랐고, 그 결과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며 여기저기서 파산 소식이 들렸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주식에 투자하는 등 재테크에도 금리는 영향을 미친다. 책은 명목 금리와 실질 금리의 차이, 복리의 효과, 대출 금리, 안전한 금융회사를 판단하는 법, 세후 소득의 중요성 등 일상에 필요한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주식과 관련해선 경기 민감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을 때 사서 PER이 낮을 때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가가 선행하기에 이런 사이클을 읽는 게 경기 민감주 투자에서는 중요하다. 경기 민감주를 고PER에 사야 하는 이유는 그때 업황이 가장 악화해 공포가 절정에 달해서다. 경기 민감주는 이익이 많이 날 때 주가가 고점에서 정체한다. 이때 PER은 낮다.”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주, 롯데케미칼같은 화학주, HD현대중공업 같은 조선주가 대표적인 경기 민감주다.
책은 저자의 생생한 실무 경험에 배경 이론을 잘 버무려 어렵지 않게 금리를 설명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