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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 열면 뒤집어진다" 명태균…'선거 기술자 vs 허풍쟁이'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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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김영선 공천 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명태균 씨 관련 논란이 여권에서 일파만파 퍼지고 있습니다. 명 씨가 함께 '작업했다'는 여권 유력 인사들이 수십 명 단위로 커진 가운데, 명 씨는 "내가 입 열면 세상이 뒤집어진다"는 자신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국민의힘 내 인사들의 반응은 묘하게 두 개로 갈렸습니다. 우선 목소리가 더 큰 쪽은 명 씨가 '완전한 허풍쟁이'라고 주장하는 쪽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명 씨가 '난 놈'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허풍이 있긴 하지만, 실체가 없는 건 아니라는 의미에서입니다.

정치권에서 명 씨는 '정치 브로커' 혹은 '선거 기술자'로 통합니다.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며 정치컨설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지역 정가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랬던 명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는 소위 '중앙 정치'에도 손을 뻗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명 씨를 누가 먼저 알았고, 누가 소개해 줬느냐에 대해 말이 엇갈리고 있지만 그가 윤 대통령 부부와 이준석 의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만난 것만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개 브로커'라고 하기엔 '체급'이 높은 셈입니다.
尹·韓 갈등이 여기까지?…명태균에 미묘하게 다른 평가
친한계 의원들은 대체로 명 씨와 연관된 여러 의혹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명 씨가 사기꾼이라고 일축하기만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한동훈 대표의 국민의힘은 명 씨와 관련한 의혹들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명 씨에게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에 관해 "어떻게 (명부가) 흘러갔는지 우리가 차근차근 지금부터 조사할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서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이 실재함을 전제로 한 발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일했으나 친한으로 돌아선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뭔가 상당히 여러 군데에 관여한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며 "엊그저께 대통령실의 공식 해명이 하루 만에 무너졌다. 안 좋은 징후"라고 했습니다.

친한계 인사 중 다수는 명 씨를 "난 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명 씨를 "알고는 있다"고 한 인사들이 모두 대권주자급의 유력 정치인들인데다, 그가 개입했다는 다수의 선거가 그가 의도한 대로 흐름이 뒤바뀌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김영선 전 의원이 매달 세비의 절반을 명 씨에게 보낸 정황이 포착되기까지 했으니, 명 씨의 폭로를 단순 허풍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종합적인 평가입니다.

반면 친윤계 인사들의 평가는 이와는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명 씨의 폭로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명 씨가 김건희 여사 공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명 씨의 존재 자체가 부담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명 씨에 대해 "정상적인 발언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의 발언을 하며 마치 윤석열 대통령이 크게 약점이라도 잡힌 듯이 행세하고 있다. 빨리 잡아들여서 수사기관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도 명 씨를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뭔가 참칭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마치 자기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후보나 선거 관련자들에게 뭔가 내세우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강 의원은 "그런 분의 허장성세가 선거 결과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 (명 씨를) 들어본 적도 없다. 존재 자체도 몰랐다"며 "저도 선거를 해 보면 '내가 (당원 명부를) 10만개 가지고 있다' '내가 뭐 한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나타난다"고 그의 영향력을 부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명태균'이라는 악재를 만난 여권은 아직 대응 방향도 확정하지 못한 셈입니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아직은 "모르겠다"고들 합니다. 다만 여권이 한동안 계속되는 명 씨의 폭로에 휘둘릴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명 씨 관련 의혹을 향한 시선이 엇갈리는 이유도 당분간은 명확히 알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기대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이번 사건이 정치 선진화의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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