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군을 넓히고, 장기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장기투자펀드에 적립금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았다.
10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소득대체율은 12%로 집계됐다. 퇴직연금이 퇴직 전 소득의 12%밖에 보전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치인 20~3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을 포함한 전체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7% 수준이다. 미국의 퇴직연금 소득대체율(42%)과 전체 연금의 소득대체율(81%)을 한참 밑돈다.
대한상의는 먼저 퇴직연금 관련 규제를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은 퇴직연금으로 투자가 가능한 상품을 금융위원회가 일일이 나열하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인 만큼 지금과 반대로 투자할 수 없는 상품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모두 투자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대한상의는 예·적금 등에만 투자하는 퇴직연금 운용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별도 운용 지시가 없으면 노사 합의로 선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일괄 운용하도록 디폴트옵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입자가 젊을 때는 S&P500 등 지수 상품 비중을 높였다가 점점 채권 등 안전상품 비중을 올리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기본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이 밖에 퇴직 후 분할 수령을 유도하는 세제 혜택, 저소득층에게 납입액의 일정 비율만큼 정부가 보조하는 정책, 재직 회사의 계열사가 발행한 상품에 투자 상한을 두는 규제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 같은 사적 연금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개혁 조치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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