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가 수입 전기차 판매량 10위권에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인천 청라 지하 주차장 화재 사고 이후 본격 판매량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수입차 판매량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테슬라 모델Y·3를 제외하면 아우디 Q4 e트론, 폭스바겐 ID·4, BMW i4 순으로 수입 전기차가 판매됐다. 경쟁사인 BMW가 i4 eDrive40, iX3, i5 eDrive40, iX1 xDrive30 등 10위권 안에 4개 모델 이름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벤츠는 '전멸'했다.
지난 8월 수입차 브랜드별 전기차 등록 순위에서도 1위 테슬라에 이어 BMW(454대) 아우디(348대) 폭스바겐(267대) 포르쉐(166대) 순으로 전기차가 판매됐다. 벤츠는 국내 판매량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앞서 7월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EQE 벤츠 전기차 화재가 직격탄이 됐다. 불이 난 모델 EQE에 탑재된 배터리가 당초 알려진 중국 CATL이 아니라 중국에서 발화 가능성을 이유로 리콜 전력이 있는 파라시스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벤츠 EQ 차량 소유주 모임인 '벤츠EQ 파라시스 기망판매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벤츠코리아 본사 앞에서 첫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벤츠 EQE 차주 등 24명은 벤츠 본사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벤츠는 지난해 국내에서 테슬라를 제외하면 수입 전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QA, EQB, EQE, EQS 등 모두 9282대의 전기차를 팔았을 정도다. 벤츠코리아는 올해 초 마이바흐 EQS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까지 예고하면서 공격적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 행보를 보였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는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바이틀 대표는 "사고에 대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조사 결과가 나오고 상황이 명확해지면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코 고객들을 기만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피해 주민을 포함해 모든 지원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