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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영화관에 걸려야만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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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함으로써 국내 영화계에 중요한 화두를 하나 던졌다. 바로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영화의 정의에 관한 질문이다. 이 영화는 조선시대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박정민 분)과 그의 몸종(강동원 분)이 임진왜란 발발 후 각각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만나 대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의 완성도, 출연 배우들의 면면, 제작자가 박찬욱이라는 화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9월 초 ‘전,란’이 개막작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영화인은 비판을 쏟아냈다. 왜 그랬을까.
개막작 '전,란'에 쏟아진 비판
비판은 크게 두 갈래였다. 우선 ‘전,란’이 전형적인 상업영화라는 점을 문제 삼는 이들이 있었다. BIFF는 독립영화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나 작가주의 영화를 주로 개막작으로 선정한 역사를 감안하면 가능한 문제 제기다.

‘전,란’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기 때문에 개막작이 될 자격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넷플릭스에 대한 영화인의 경계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이유도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담긴 영화에 관한 정의 때문이다. 2006년 제정된 이 법은 영화를 ‘영화 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란’처럼 애초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트리밍만을 목적으로 만든 영상물은 영화가 아니라 ‘비디오물’로 분류한다. 결국 영화로 보기 어려운 작품을 국내 대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인데,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비법 개정 작업 서둘러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영화가 대중 앞에서의 상영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은 맞다. 영어단어 ‘시네마(cinema)’도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최초의 영화 상영을 위해 만든 영사기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에서 나왔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불가역적인 흐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 수가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영화에 대한 협소한 정의는 이미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영비법에 따르면 똑같은 영상물도 영화관 상영을 목적으로 한 것이면 영화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OTT 스트리밍을 목적으로 한 것이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은 유통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 형식을 기준으로 영화를 정의하고 있다. 프랑스는 길이 한 시간 이상의 영상물을 영화로 간주한다. 호주는 게임과 광고를 제외한 모든 매체에 기록된 모든 영상물을 영화로 정의한다. 우리도 시대 변화에 걸맞게 영화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하루빨리 영비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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